배우 초상권 최초 사용 '나야, 문희', AI 영화가 드러낸 가능성과 한계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12.16 13:59
수정 2024.12.16 14:01

24일 개봉

AI 기술이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나야, 문희'가 배우 나문희의 실제 이미지를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AI 영화 섹션을 도입했고, 각종 기관, 지자체들에서도 AI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AI 영화들의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로 AI 영화의 대중적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


ⓒ'나야, 문희' 스틸컷

㈜엠씨에이는 '스타배우가 주인공인 AI 단편영화 공모전' 개최를 통해 다섯 편을 선정해 AI 기술과 창작의 자유를 결합한 영화 제작 방식을 선보였다. 선정된 다섯 편은 '두 유 리얼리 노우 허'(정은욱 감독), '쿠키게임'(박원표 감독), '나문희 유니버스'(유지천 감독), '지금의 나, 문희'(원경혜 감독), '산타 문희'(유지천 감독) 다. 이 영화는 17분 러닝타임으로 24일 CGV서 단독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영화의 한계와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나문희의 이미지가 뭉개지거나 표현이 부자연스러운 곳이 곳곳에 보였다. 목소리 역시 실제 나문희의 목소리, 억양, 호흡과는 거리가 있었다. 감정적 몰입을 방해하는 기술적 한계와 과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장점도 극명했다. 나문희가 스파이, 우주인, 산타부터 20대 시절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라는 AI 영화의 상징성을 선보였다. 나문희라는 배우와 협업한 것도 이 장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역할을 했다. 시간적, 건강 문제로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없고 작품에서 할머니를 주로 연기하는 나문희였기에 AI 영화가 가진 가능성과 장점을 더욱 와닿게 했다.


이처럼 이번 공모전이 의의는 스타 배우의 디지털 IP를 통해 배우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활동이 가능해졌고, 창작자들에게는 스타 배우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배우의 디지털 IP를 확보해 더 많은 작품에서 그들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제작사 MCA의 박재수 대표는 "배우들이 한정된 시간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는데, 디지털 IP를 통해 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장기적으로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이번 공모전은 딥페이크 기술의 불법적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스타 배우의 초상권을 합법적으로 활용한 선례를 제시하며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데 단서를 제공했다.


'나야 문희'외에도 또 한 편의 AI 영화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AI 영화 '엠호텔'은 평생 신세 한탄만 하던 노숙자가 호텔 열쇠를 우연히 줍게 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뤘다. 러닝타임은 6분 31초다. 개봉에 앞서 베니스 AI 국제 필름 어워드, 칸느 월드 필름 페스티벌, 뉴욕 AMT 필름 페스티벌, 등 유수의 국제 AI 영화제에 초청았다. AI 영화의 극장 개봉이 관객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이를 새로운 창작의 형태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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