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멈춘 경찰, 뒷북만 친다?
입력 2024.12.16 10:01
수정 2024.12.16 10:14
경찰, 12·3 비상계엄 관련 윤 대통령 강제수사 가능성 시사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검찰에 선수 빼앗겨
계엄 가담 의심자 긴급체포 경찰이 주도하며 만회 가능성 남아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소환 통보했다는 사실을 15일 공개하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검찰과 수사 경쟁을 벌이던 경찰이 검찰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수사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욕을 보여왔지만 실질적인 '액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에 가담한 의혹이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긴급체포가 경찰 주도로 이뤄지며 아직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력을 입증할 기회로 여겨왔다. 특히 내란 혐의는 경찰의 고유 수사 영역이라며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뿌리쳤다. 대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하는 '단체전' 경쟁까지 벌여왔다.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검찰보다 먼저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는가 하면 현직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등 고위 경찰 관계자와 전현직 정보사령관 등을 긴급체포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최종 목적지로 볼 수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신청 검토", "출석 요구 검토", "관저 압수수색 검토"와 같은 '검토' 수준의 말만 꺼내놓고 실질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검찰이 조용하게 윤 대통령 소환 조사 준비를 마치고 소환 통보를 하자 허를 찔린 셈이다. 물론 경찰과 검찰이 중복해 출석 요구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고, 윤 대통령이 숙고 끝에 검찰 대신 경찰 조사를 받기로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윤 대통령 소환 통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타 기관 일에 입장을 낼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