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선 해법은?”…재정사업으로 방향 틀었지만 주민 ‘반발’ 직면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4.12.04 06:11
수정 2024.12.04 06:11

서울시, 민투심에 위례신사선 민자사업 해지 안건 신청

시민단체, 서울시에 행정소송…“개통 3~4년 늦어져”

재정사업 관건은 ‘예타’, 경제성 확보 불투명으로 좌초 우려까지

위례신사선 사업 추진 방향을 두고 서울시와 위례신도시 시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서울시

위례신사선 사업 추진 방향을 두고 서울시와 위례신도시 시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성 문제로 민간투자사업에 부침을 겪었던 것을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해 추진 방안을 모색해본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도시 시민들은 자칫 개통이 늦어질 가능성은 물론, 예비타당성 단계에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12일 ‘2024년 4차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본회의가 개최된다.


서울시는 위례신사선의 재정사업 전환을 위해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 해지 안건을 신청한 바 있다.


민투심 개최에 앞서 위례신도시 시민연합은 지난 2일 위례신사선 민자사업 해지신청 취소를 위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등을 신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서울행정법원에는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다.


서울시, 총사업비 올렸지만…건설사들 ‘절레절레’


위례신사선은 지하철 3호선 신사역부터 위례신도시를 잇는 경전철이다.


지난 2008년부터 추진돼 2013년 위례신도시 입주 당시 주민들은 3100여억원에 달하는 광역교통시설 분담금까지 냈으나 16년째 표류 중이다.


사업이 번번이 좌초됐던 것은 공사비와 사업성 때문이다.


첫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2016년 사업성을 문제로 손을 뗀 이후 2020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업도 공사비 증액 등 문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발을 뺐다.


첫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2016년 사업성을 문제로 손을 뗀 이후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한 공사비를 증액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점을 찾지 못하자 발을 뺐다.


이후 서울시는 두 차례에 걸쳐 위례신사선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재공고에 나섰지만 응찰자를 찾지 못하고 재정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광석 위례신도시 시민연합 대표는 “몇 년간 건설공사비가 소비자 물가에 비해 급격히 올랐다”며 “공사비가 오른 만큼을 총사업비에 반영한다면 건설사들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시는 이미 총사업비를 증액한 상황에서도 사업자를 찾지 못해 재정사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차 재공고 때는 사업비를 최초 공고에서 제시했던 1조4847억원 보다 19%가량 올린 1조7062억원으로 제시했고, 2차 때에는 총사업비의 최대 4.4%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영하도록 하는 기획재정부의 특례에 따라 1조8380억원을 공고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지난 6월부터 민간 참여가 없을 경우 재정사업 전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안내한 바 있다”며 “총사업비는 관련 지침이나 기준 내에서 증액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타 면제 불투명…시민들 “최악의 경우 좌초될 수도”


결국 재정사업으로 진행된다면 관건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다.


재정사업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진행할 경우 개통이 목표 시점인 2028년을 한참 넘겨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 대표는 “이미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상태고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여러 절차를 밟았는데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면 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정사업으로 재추진한다면 사업이 3~4년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재정사업으로 추진만 된다면야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겠지만 예타를 통과할 수 있을지를 봐야한다”며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은 또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기간뿐 아니라 자칫하면 경제성 미비 등으로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위례신사선은 2018년 진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간적격성 조사에서 경제성 평가(B/C) 결과 1.02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8호선 남위례역이 개통했고, 위래선(트램) 공사 등이 진행 중인데다가 위례과천선까지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해 예타 경제성 평가에서 1.0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대표는 “민자적격성 통과 이후 여러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수요 분산으로 인해 예타 경제성 평가가 좋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당연히 예타 면제가 담보된다면 재정사업에 반대하지 않겠지만 확실히 정해진 내용이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서울시에서는 “민자사업을 추진할 때 타당성에 대해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예타를 추가로 진행하는 것이 마땅한지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타 면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예타 면제가 쉽진 않을 것 같다. 보통 수도권 내 사업들을 엄격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지방보다는 상대적으로 면제를 끌어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도 “예타 면제가 가능할지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치적인 부분에서 풀어야할 문제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타에서 경제성만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례신사선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지는데, 시민 우려처럼 시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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