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현대차 아이오닉9, '미국 시장 휩쓴' EV9 넘어설까
입력 2024.11.21 16:01
수정 2024.11.21 16:02
美서 아이오닉 9 세계 최초 공개…내년 국내 출시 시작해 해외 판매 예정
현대차·기아, 美 전기차 시장서 테슬라 이어 2위…EV9 매달 1천대 이상 판매고
아이오닉 9, EV9 대비 높은 상품성으로 흥행 기대
높은 가격과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움직임은 변수
처음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현대자동차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 9가 형제격인 기아 EV9의 흥행을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아이오닉 9은 EV9처럼 넓은 공간과 긴 주행거리를 강점으로 미국 시장으로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V9이 국내 대형 전기 SUV 시장 개척에는 한계를 보였던 점과 최근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점은 아이오닉 9에게도 우려할 부분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아이오닉 9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아이오닉 시리즈 중 첫 별도 행사이며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비중이 높은 도시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현대차 대표이사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나서서 직접 아이오닉 9을 소개했다. 현대차가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전동화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5와 EV9 등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9월 미국에서 총 9만134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3%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아이오닉 9와 동급으로 분류되는 EV9은 미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형 SUV라는 강점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매달 1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3분기까지 총 1만5970대가 판매됐다. EV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됐으며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주력 모델로 부상하게 됐다.
아이오닉 9도 기아 EV9 GT와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25 가장 기대되는 신차’로 선정되는 등 미국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이오닉 9은 EV9 대비 주행 거리, 넓은 공간성 등 상품성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V9의 배터리 용량은 99.8kWh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1km이지만 아이오닉 9은 110.3kWh로 532km를 갈 수 있다.
차체도 아이오닉 9이 EV9보다 전폭(1980mm)을 제외하고 모두 더 길다. 아이오닉 9은 전장 5060mm, 전고 1790mm, 축간거리 3130mm로 EV9보다 각각 50mm, 35mm, 30mm 길다.
EV9에 적용됐던 스위블 시트도 적용할 수 있다. 스위블 시트는 180도를 회전해 3열과 마주 보거나 바깥으로 향하게 90도 회전도 가능해 승하차나 차일드 시트 탈부착 편의성을 높였다.
아이오닉 9에는 현대차·기아 최초로 양방향 무빙 콘솔과 100W급 충전 시스템이 탑재된 것도 장점이다. 콘솔은 최대 190mm까지 후방으로 이동 가능하고 전방과 후방에서 모두 열 수 있어 1열과 2열의 승객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EV9이 고전했던 전철을 아이오닉 9이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6월 출시된 EV9은 11월까지 월평균 1000대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거듭하다 12월 자사 및 계열사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 임직원에다 친인척까지 최대 2000만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재고를 밀어내는 굴욕을 겪었다. 올해도 월평균 100여대의 판매실적으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EV9 부진의 원인은 기본 7337만원을 시작으로 풀옵션 시 1억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국산 대중차 브랜드로서는 소비자들이 수용하기 힘든 가격대라는 분석이었다. 아이오닉 9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가격 책정이 예상돼 같은 시장 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는 등의 움직임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연동되는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전기차 제조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