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타면서 수십억 세금은 나몰라…국세청, 추적조사로 2.5조원 징수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1.21 12:01
수정 2024.11.21 12:01

고액 체납자 696명 은닉 재산 추적 중

도박 당첨금 숨기고 자녀에 편법 증여

미술품 구매·해외 보험료 송금 등도

고가 아파트 거주·롤스로이스 리스도

국세청이 고액·상습 체납자 거주지를 수색해 찾아낸 혐금 다발. ⓒ국세청

국세청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2억원 이상)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또는 채권을 징수·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부동산 분양대행업 대표 A 씨는 법인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됐다. A 씨는 최근 강원랜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슬롯머신 당첨금을 수표로 받았음에도 미납한 세금은 내지 않고 있다. 당첨금 일부도 달러로 환전해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은 A 씨에 대해 당첨금 수표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친·인척에 대한 금융조회를 하고 달러로 환전한 재산을 찾기 위해 실거주지와 은닉 장소에 대한 수색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사례로 비뇨기과 의사 B 씨 경우 종합소득세 과소신고 등으로 15억원가량을 체납했다. B 씨는 고액 체납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현금 수억원을 증여했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오피스텔을 구매하기도 했다.


또한 배우자 명의로 외국 보험사 보험에 가입, 보험료를 여러 차례 송금해 외화를 부당 반출한 혐의도 있다.


국세청은 B 씨가 자녀에게 증여한 현금 소재와 사용처 확인을 위해 금융조회에 나섰다. 배우자 명의로 취득한 오피스텔 구매 자금과 해외 보험사로 송금한 외화의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재산추적을 하고 있다.


체납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화장품 제조업체 대표 C 씨는 최고급 수입차인 ‘롤스로이스’를 리스해 매달 고액의 월 리스료를 지급해 왔다. 서울 지역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국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은 C 씨에 대해 국세청은 이미 압류한 체납자 소유 고가 아파를 즉시 공매 의뢰하고, 개인 명의로 예치한 수억원 규모 리스보증금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현재 리스보증금과 월 리스료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금용조회와 재산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금납부를 회피한 채 최고급 수입명차를 리스,, 호화사치 생활을 누리고 있는 화장품 제조업 대표 사례. ⓒ국세청

추적을 통해 실제 체납액을 징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수 부동산을 양도하고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D 씨는 소득이 없는 자녀 명의로 수억원 상당 그림과 조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했다.


국세청은 총 9차례에 달하는 탐문과 잠복을 통해 D 씨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 명의 임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가택 수색을 통해 미술품과 조형물 12점, 명품 핸드백 18점 등 6억원가량(현금 포함)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이번 주요 재산추적 대상자는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도박 당첨금 등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특수관계자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체납자 81명 ▲수입 명차 리스·이용, 고가 사치품 구매 등 호화 생활 체납자 399명 등 총 696명”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는 금융조회를 통해 당첨금 사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보험료 해외 송금액 자금 출처 확인, 발행 수표 지급 정지 및 지급 청구권 압류 등 재산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미술품·귀금속·상속 재산 등을 숨긴 고액 체납자를 비롯해 호화생활 체납자에 대한 기획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거주지 탐문·수색 등 현장 징수 활동을 강화했다. 그 결과 10월까지 총 2조5000억원의 현금과 채권을 징수·확보했다.


국세청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재산 은닉 행위를 신속 대응해 끝까지 추적·징수하겠다”며 “숨겨둔 재산을 찾아 징수하는 데는 국민 신고가 큰 도움이 된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참고해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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