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합심해 의정갈등 해소 나선 여당…野, 협의체 불참하며 '발목잡기'만
입력 2024.11.12 06:30
수정 2024.11.12 06:30
11일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 열려
대한의학회장·KAMC 참석…전공의협회는 "무의미"
한동훈 "민주당이 먼저 꺼낸 제안…참여 기다린다"
민주당 "실효성에 대한 비판 있어" 사실상 참여 거부
윤석열 대통령 담화 이후 당정 갈등이 일시 소강 상태에 들어가면서, 정부·여당은 오랜만에 가장 큰 민생 문제인 의정 갈등 해소에 힘을 보탰다. 야당은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야당의 협의체 참석을 거듭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특별감찰관 수용 등 전향적 조치를 약속하면서 당정 갈등은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이에 당정은 가장 큰 현안인 의료 공백 해소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11일 국민의힘과 정부, 의료계는 국회에서 여야의정협의체를 출범하고 1차 회의를 진행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힘의힘과 정부 주도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당정 협력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모두 심기일전해, 힘을 모아서 국민 편에서 다시 뛰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유연한 접근과 발상의 전환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국민의힘은 협의와 조정의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날 1차 회의에서 오는 12월 말까지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여당 측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원 의원은 첫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가 12월말까지 기한을 두고 운영하지만, 가능한 12월 22~23일 그 전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계는 이날 협의체에서 사직전공의 복귀 지원 방안 및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여당은 이에 대해 협의체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 하겠다고 약속했다.
모처럼 당정이 함께한 민생 행보이지만, 이번 협의체에 민주당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반쪽 짜리가 됐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김성원·이만희·한지아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참여했다. 의료계에선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함께했다.
이에 한 대표는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추위가 찾아오면 의료수요가 폭증하게 된다. 이제 정말 골든 타임"이라며 "아직 여야의정 협의체에 야당이,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를 애초 민주당이 제일 먼저 말을 꺼낸 만큼 선의가 있다고 믿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리고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구심점이 돼 의료계의 요구사항들을 모으고 소통하고 협의체를 통해서 풀어가려고 한다"며 "의료계의 참여가 더해진다면 더 좋은 협의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의료계 역시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 주시길 바란다"며 "당은 오직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겠다. 협의와 조정의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대한의사협회 등이 참석하지 않은 협의체를 '반쪽'이라고 비판하며 참여를 사실상 거부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빠진 상태의 협의체에 대해 국민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 같다"며 "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발족시킨 비상대책위원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면서 의료대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계 입장을 받아 2025년도 정원 규모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협의체에 참여한 의료계) 단체 두 곳도 내년 정원에 대한 논의가 빠지면 진정성 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민주당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최초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주장한 사람으로서 막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고, 성공적인 협의체 구성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의료계가 대폭 참여해야 하고, 정부도 달라진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9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협의체가 출범했지만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핵심은 전공의와 의대생 등 갈등 당사자를 포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대표단체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동안 전공의와 갈등을 빚어온 임현택 의협 회장이 지난 10일 탄핵되며 협의체 참여 가능성도 제기됐다. 의협도 참여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 갈등 새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전공의 단체는 의대 정원 백지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협의체 참여를 사실상 거부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무의미하다"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