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리·테무'서 산 태블릿PC, 1년 내에 중고로 팔면 징역 3년?
입력 2024.10.25 05:00
수정 2024.10.25 05:00
전파법상 해외직구 전자기기, 1년 지나야 '적합성평가 면제'
'과기부 알림' 없어 5년간 3995건 '전파법 위반'으로 적발돼
박정훈 "과기부, 전파법 되판매·위법 관련 사항 적극 알려야"
# 올해 초 대학교에 새로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 A씨는 학교 과제와 문서 작성, 취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도 좋아보이는 '샤오신패드'를 구매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노트북에 손이 더 많이 가 정작 새로 산 패드를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자, A씨는 지난 8월 당근마켓에 해당 제품의 중고거래 글을 올렸다. 이런 A씨에게 5일만에 걸려온 연락은 해당 패드를 구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파법을 위반했으니 계정을 일시정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전파법 위반인지 모르고 필요하지 않은 전자기기를 중고로 팔려고 했던 A씨는 결국 난생 처음 진술서를 쓰게 됐다.
알리와 테무 등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전자기기를 1년 내에 되팔았다가 전파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최근 5년간 4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전파법 상 해외에서 직구한 전자기기는 1년이 지나야 적합성평가를 면제받은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를 모르고 중고거래를 하다 법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에 필요에 의해 중고거래에 나서는 판매자가 현행법을 모르고 전파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없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앙전파관리소가 해당 법안의 취지를 알리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초선·서울 송파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제출받아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해외직구 제품의 전파법 위반 적발 사례는 총 3995건으로 집계됐다.
해외직구는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완연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관세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통관 현황에 보면 지난해에만 1억3114만건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물품이 통관됐다. 금액으로는 52억7842만달러(약 7조195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통계청의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액에 따르면 가전·전자·통신기기를 해외직구한 금액은 4243억원에 달했으며,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구매액도 1383억원에 달했다.
지난 5월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조치를 고려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시 한달 만의 침묵을 깨고 "해외직구는 연간 6조 7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국민이 애용하고 있고, 나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정치권에서도 해외직구에 관련한 관심도가 높다.
문제는 지난 2022년 과기부가 개정한 전파법 제58조3항 시행령에 따르면 해외직구 전자기기 제품은 구입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적합성평가를 면제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에는 아예 되판매를 금지됐던 해외직구 전자기기 제품의 자유로운 중고거래를 허용하기 위해 제정된 시행령이다.
해당 전파법에 따라 해외직구한 전자기기를 1년 이내에 되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아울러 해당 기기를 되팔기 위해 진열·보관·운송만 할 경우에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시행령의 효력이 발휘된지 2년이 흘렀지만 전파법 위반 적발 건수는 매해 300건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직구한 전자기기를 중고거래 해 적발된 전파법 위반 건수는 △2020년 921건 △2021년 1840건 △2022년 534건 △2023년 381건 △2024년 8월말 31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외직구 전자기기를 2대 이상 또는 2회 이상 판매하다 적발돼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2020년 6건 △2021년 10건 △2022년 11건 △2023년 18건 △2024년 16건 등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해외직구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에게 필요가 없어져 현행법을 모르고 중고거래에 나섰다가 전파법을 위반해 내사로 종결된 건수는 최근 5년간 전체 건수인 3995건 중 393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전파법 위반이 많은 제품은 태블릿 PC(95건)이었으며, 음향기기(83건), 스마트폰(52건), 키보드(35건), 블루투스 헤드셋, 이어폰 등(23건), e북 리더기(2건)등이 뒤를 이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전파법 위반을 감시하는 과기부와 그 산하기관인 중앙전파관리소가 현행법을 몰라 법을 위반하는 억울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최근 당근마켓·중고나라등 중고 장터를 통해 직구 되판매 형태가 다양화 돼있는 만큼 과기부는 전담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해 악의적인 전파법 위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기기의 경우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전파법을 인지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 방문 강의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에 전파법 되판매와 위법에 대한 사항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며 "또 중고물품 판매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전파법 위반 물품에 대한 자동 신고 절차도 마련해 소비자 보호와 건강한 해외직구 토양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