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년간 개인 금융정보 1200만건 조회
입력 2024.09.27 09:13
수정 2024.09.27 09:13
60%는 ‘본인 동의’ 없이 조회
지난 5년간 정부가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개인 금융거래정보 약 1200만건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본인 동의 없이 제공된 건이 60%에 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 병)이 2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 요청한 금융거래정보는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상반기) 총 1284만6104건으로 집계됐다.
요청 건 중 실제로 제공받은 건수는 92.8%에 달하는 1191만 4981건이었다. 이 중 본인 동의를 받아 제공받은 건수는 483만8240건으로 전체의 40.6%에 불과했다. 당사자에 사후 통보되는 비중도 45.4%(540만7376건) 수준으로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중 최근 5년간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 기관별로 보면 ▲법원 및 검찰 등 수사기관 390만1106건 ▲국세청 202만4851건 ▲한국거래소 30만4101건 등 순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받았다.
금융거래정보 제공 사실을 당사자에 사후 통보한 기관별로 보면 최근 5년간 ▲한국거래소 3.6%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6.2% ▲공직자윤리위원회 11.0% 순으로 통보율이 저조했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금융회사 등에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영장이 발부된 경우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세탈루 의혹 등 조사가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등에 대한 감독·검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한국거래소가 이상거래 심리 등을 수행하는 경우 등에 한해 정보제공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영장이 발부된 경우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세탈루 의혹 등 조사가 필요한 경우 ▲국정조사와 관련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만 금융거래정보 제공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규정돼 있다.
이 의원은 "정부가 통신정보에 이어 금융거래정보까지 무분별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실태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융당국이 아무런 제약 없이 조회하는 것은 금융실명법 취지에 반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거래정보가 제공된 경우 예외없이 사후 통보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해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