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민주당 돈봉투 판결문에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 11명 실명 적시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09.25 09:22
수정 2024.09.25 10:45

2021년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들 명단 적시

거듭된 요청에도 현직 의원 6명은 소환 불응…검찰, 강제수사도 검토

윤관석-이성만 전 의원ⓒ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판결문에 수수자로 의심되는 전현직 의원 10여명의 실명을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피고인인 윤관석·이성만·임종성 전 의원과 허종식 의원의 살포·수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 외에 7명이 돈봉투 살포 장소에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윤 전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문에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 11명의 명단을 실었다. '살포자'인 윤 전 의원이 포함된 숫자다.


재판부는 윤 전 의원이 허 의원과 이 전 의원, 임 전 의원에게 각각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했다며 이들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참석자인 민주당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의원, 박영순 전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의 이름도 판결문에 포함했다.


재판부는 이 에서 돈봉투가 전달됐다고 보는 근거로 윤 전 의원과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지낸 이정근 씨의 통화 내용 등을 제시했다.


당시 윤 전 의원은 이씨에게 "오늘 그, 어제 그거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버렸는데 모자라", "거기 5명이 빠졌더라고. 오늘 안 나와갖고. 그래서 나는 인천 둘하고 원래 종성이 안 줄라고 그랬는데, 애들이 보더니 또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 갖고 거기서 3개 뺏겼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우선 윤 전 의원이 언급한 '그거'에 대해 "전날 저녁 이정근이 준 돈봉투 10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화 속 표현들과 국회 출입 기록 등을 근거로 "윤관석은 의원들이 한 번에 모이는 자리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윤관석의 당일 일정 중 여러 명의 의원이 한 번에 모이는 자리는 이 국회의원 모임이 유일했다"고 판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공개된 장소라 돈봉투가 살포되기 어려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참석자가 송영길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그들의 보좌관, 송영길 의원실 소속 직원들에 한정됐던 점 등을 고려하면 다소 공개적으로 운영된 사정이 있다고 해 국회의원 모임에서 돈봉투 제공 및 수수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다른 참석자들의 돈봉투 수수 여부에 대해 개별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모임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참석자들 전체 명단을 판결문에 기재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재판부가 어느 정도 다른 참석자들의 수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실제 수수 여부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들은 앞서 윤 전 의원의 구속영장 심사 과정 등에서 명단이 언론에 보도되자 수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법적 대응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먼저 기소된 피고인 3명의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윤 전 의원의 "인천 둘", "종성이" 등 발언도 근거로 삼았는데, 나머지 의원들의 경우 아직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된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차이다.


혐의 유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법원 판결문을 통해 모임 참석 사실 자체는 인정된 만큼 조사 필요성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기소된 3명과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박영순 전 의원을 제외한 의원 6명에 대해 사법 처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소환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의 거듭된 소환 통보에도 의정 활동 등을 이유로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수수 의심 의원들의 계속된 비협조로 수사가 1년 반 가까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강제 수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수사를 원칙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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