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 野 토론회서 급부상…개미 “폐지만이 답”
입력 2024.09.25 07:00
수정 2024.09.25 09:53
패키지법 발의로 보완 후 시행 무게서 달라진 기류
“금투세 필요성 동의하나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
한투연 폐지 필요성 강조 “대만 등 사례 고려해야”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무게를 두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투세 적용 구간을 완화한 패키지 법을 발의하는 등 그동안 보완 후 시행에 무게 추가 쏠렸지만 당내 토론회에서 유예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면서다.
25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보완 후 시행’ 목소리가 컸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세제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 담보돼야 한다는 논리로 의견 개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실제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도 금투세가 자본시장 활성화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를 통해 도입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다시 여야 합의로 2년을 유예된 바 있다.
그동안 야당인 민주당은 금투세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개선이나 보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포장도로라도 수익을 올렸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며 “저는 통행이 불편하다 해도 그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시간 단축 등 편익을 보았다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는 것 같이 소득세는 소득 자체에 물리는 세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임광현 의원도 지난 22일 금투세 도입 시 우려되는 부작용을 보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투세 보완 패키지법’을 발의하는 등 예정대로 시행을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금투세 시행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 등 심상치 않은 여론이 감지되면서 추가 유예 필요성이 대두되는 모습이다. 특히 전날인 24일 진행된 금투세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추가 유예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 것은 달라진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이 날 토론회서 유예팀 패널로 나온 김현정 의원은 “올해 미국 증시는 평균 16%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15% 하락한 것을 보며 개인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금투세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소영 의원은 “조세 정의만큼 주식시장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며 “매일 주식시장 들여다보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경험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귀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지켜 본 유동수 의원 또한 “금투세는 현재 부동산에 집중된 유동성을 산업이나 자본시장으로 옮기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흥국 중에서도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국내 자본시장 상황으로 고려할 때 금투세가 해당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달라진 민주당의 기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을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직 추가 유예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닌 만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을 비롯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유예가 시행보다는 낫지만 이 역시 임시 방편의 조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국내 증시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투세 전면 폐지가 아닌 추가 유예는 우리 자본 시장이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짙은 안갯 속에 여전히 머물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좋은 정책이라도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