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박근형 연출 “女 제자 성추행 인정…연극계 등 추가 피해 없길”
입력 2024.11.12 20:16
수정 2024.11.13 15:38
연극계 거장으로 통하는 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 인해 12월 예정이던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12일 박근형 교수는 데일리안에 “제자와 술자리를 하던 중 스킨십을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피해 학생과 제자들에게는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학교 측으로부터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연출은 지난 4월 제자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제자 A씨에게 불필요한 스킨십을 한 혐의로 한예종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위원회는 국가공무원법·한예종 윤리강령 교원 실천지침에 의거 올해 8월 박 연출에게 정직 3개월을 의결했다.
그는 “명백한 제 잘못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려진 처분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였다. 저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피해자가 또 다시 상처받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거듭 사죄했다.
당초 서울문화재단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자체 기획 시리즈인 쿼드 초이스의 일환으로 박 연출의 계절 연극 ‘겨울은 춥고 봄은 멀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를 12월 공연 예정이었다. 다만 이번 논란을 의식해 12일 최종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다.
박 연출은 “연극을 통해 호흡을 맞추기로 했던 배우, 스태프들이 저의 개인적인 불찰로 인해 함께 피해를 짊어지게 돼 마음이 좋지 않다. 조만간 연극 관계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문제가 연극계에 피해를 끼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박 연출은 “있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건 아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마땅히 처분을 받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혹여 ‘연극하는 애들은 전부 그런 거 아니냐’며 연극계에 대한 이미지가 저로 인해 잘못 인식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연출은 ‘혜화동 1번지’ 동인 2기 출신으로 1986년 극단 76단 배우로 입단하고 이후 연출로 전향했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 해 연극계의 모든 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만주전선’ ‘개구리’ ‘이장’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극단 골목길의 대표로 박해일, 윤제문, 고수희 등 수많은 배우를 이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박근형 연출가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초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