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UBC) 초고층 랜드마크..법 절차 위반 소지 제기돼

오명근 기자 (omk722@dailian.co.kr)
입력 2024.09.23 19:48 수정 2024.09.24 02:37

BTO방식 민자유치 계획이나 호텔 등은 사회기반시설 아니어서 민간투자법 적용 불가

발전종합계획 변경 등 행안부 승인없이 개발을 추진하는 자체가 논란

경기 의정부시가 추진하는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이 계획상 이미 조성한 역전근린 공원을 철거하고 초고층 랜드마크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이하 미군공여지 특별법)외에도 민간투자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 (UBC) 초고층 랜드마크 개념도. ⓒ의정부시 제공


특히, 지난 6일 의정부시의회 33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김지호 시의원이 '의정부역 앞에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시정 질의하고 김동근 시장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반환 미군기지 캠프 홀링워터에 공간혁신구역이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초고층 랜드마크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 드러나는 등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날 시정 질의에서 김 의원은 의정부역 반환 미군기지에 조성된 역전 근린공원을 없애고 그 자리에 60층 규모의 '의정부 비즈니스 콤플렉스(UBC)'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질문했다. 김 의원은 또 이 프로젝트 제안자가 누구이며 임대수익을 1조5000억원으로 산출한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개념도 성격의 조감도 그림 하나 얻기 위해 전문건축·투자회사가 참여한 가운데 8개월 동안 스터디했다. 군사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것이고 시민에게 단계별로 투명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사업부지가 미군 반환 공여지였다는 것이 개발에 장애가 되느냐"고 되물으면서 국방부로부터 반환 공여지를 매입할 때 특약으로 당초 용도로 10년간 사용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어서 다른 장애요인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시장은 이날 답변에서 시가 의정부도시공사에 토지(공원 부지)를 현물 출자하고 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와 SPC를 설립해 준공 후 소유권을 넘겨주는 '리치'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답변은 김 시장이 지난 7월 17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의정부역세권 개발 마스트 플랜에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계획 상당 부분은 관련 법규와 적법 절차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시장이 직접 발표한 마스트 플랜에 따르면 의정부시나 의정부도시공사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해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BTO(Build Transfer Operate)방식으로 건축비 1조 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가 현물 출자하겠다는 땅값 3000억 원은 반환 미군 공여지를 구입해 조성한 공원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22배 부풀린 금액이다.


하지만 랜드마크인 60층 건물 안에 들어설 호텔이나 컨벤션 등은 사회기반시설이 아니다. 민간투자법 제2조에는 사회기반시설이란 도로 철도 항만 하수도 하수·분뇨·폐기물처리시설 재이용시설로 명시하고 있다. 즉 호텔 등을 BTO방식으로 추진하면 민간투자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시가 지분 참여하는 민관 공동 투자라 해도 민간 사업자에게 개발이익을 몰아 줄 수 있는 특혜성 소지가 많은 것이다.


또 민간투자법 제9조는 민간부문의 사업제안으로 민간투자 방식을 추진할 수 있으나 시행령 제7조에 의해 제안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내용 등이 포함된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정해 놓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깊숙히 관여한 건축·투자회사가 타당성 조사 내용을 제시한 게 없고, 시가 SPC설립도 하기 전에 제안에 필요한 8억 원짜리 용역을 추진하는 것은 법 절차상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시장이 의정부도시공사에 토지를 현물출자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리치'방식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설명하는 BOO(Build Own Operate)방식이 그와 유사하지만 이 방식도 운영기간 만료시 소유권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이어서 리치방식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시는 반환 미군기지 캠프 홀링워터를 국방부로부터 매입한지 10년 이상 지나면 매각 처분할 수 있고 이미 조성한 공원도 국토부의 공간혁신구역 지정을 통해 용도변경하는 방식으로 초고층 랜드마크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시 행정 전문가들은 시가 행안부 승인을 거치지 않고 국토부 계획만으로 미군공여지 특별법상 발전종합계획 변경 없이 멀쩡한 공원을 초고층 랜드마크로 개발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군 공여지 특별법상 지자체가 국비 70%를 지원받아 반환 미군기지를 개발할 경우 도로와 공원 등 도시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에 국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득이한 경우 반드시 발전종합계획 변경을 통해 공공이익을 위한 다른 용도로 개발하고 같은 반환 미군 기지에 다른 대체 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UBC사업 계획에 포함된 입체 정원을 대체 공원으로 볼수 없기 때문에 이미 조성한 공원(일부)을 초고층으로 개발하는 계획이 행안부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방부와 체결한 계약대로 부지 매입을 완료한후 5년내에 공원을 100% 조성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시는 GTX환승센터를 건립한다는 이유로 캠프 홀링워터 북측 부지만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고 남측 부지 대부분은 공원을 제대로 조성하지 않은 채 흉물로 방치해왔다.


캠프 라과디아의 경우 발전종합계획 변경을 통해 멀쩡한 공원을 민간 아파트 대단지로 개발한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같은 라과디아내 옆 부지에 대체 공원을 조성하면서 행정 과실이 면책됐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공간혁신구역 후보지로 선정된 것은 말 그대로 후보지일 뿐이다. 확인·검증을 거쳐 선도사업으로 선정되기 위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추경에서 용역비 8억 원이 삭감돼 내년도 본예산으로 다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명근 기자 (omk72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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