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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 요청과 거부'…논란 속 한동훈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정국 기상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9.24 00:20
수정 2024.09.24 01:07

대통령실 "독대, 별도 사안"…韓 요구 '묵살'

韓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에 다시 만나야"

당내선 '韓-尹 신뢰 붕괴' 조짐에 우려 기류

일각 "韓, 국민 위한 뚝심 보여줬다" 호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별도로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절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향한 불신감을 간접적인 신호로 보낸 것이라면 향후 당정관계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한 대표가 실점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냉혹한 추석 민심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하는 등 국민 편에 서는 뚝심을 보여주려 했다는 측면에서는 한 대표가 이번 '독대 논란'으로 얻은 것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 독대 여부와 관련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후라도 독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독대라는 게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는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회의적으로 답했다.


앞서 한 대표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만찬이 열리기 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바 있다. 이날 만찬 참석자가 당에서만 16명에 달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만큼,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사전에 따로 만나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을 비공개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요청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독대 자체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파워게임 형국으로 비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야의정 4자 협의체가 의료계 불참으로 출범조차 못하고 있어, 의료계가 요구하는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한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꺼낼 것이 확실시되면서 대통령실이 이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한 대표는 의료계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까지도 대화 의제로 열어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2025학년도 정원 협상은 없다"는 대통령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입시가 시작돼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입장의 변화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내에선 집권여당 대표의 요청과 대통령의 거부로 이어진 이번 독대 논란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료개혁을 '국민을 위한 희생'으로 생각하던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한 대표에게 불편함을 느껴왔고, 언론을 통해 독대 요청 사실이 퍼지면서 한 대표와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여겼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독대를 거절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추석 기간 지역구에서 민심을 수렴한 결과, 국민들의 김 여사를 향한 시각이 극도로 냉랭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의원들도 "한 대표가 이번 만찬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와 관련한 민심을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나왔던 바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독대 거절 사실이 보도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 사안, 얘기하기 어려운 주요 현안이 있고 그 사안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얘기하기 어려운 사안'이 과연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여사 사안'이 실제 의제로 떠오를 수 있는 독대 자리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 진영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어 추후 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다"며 "독대는 미리 떠벌리고 하는 건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과거 여당 당대표는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하고 회동해왔었는데 공개적으로 독대를 거절당했다는 것 자체가 한 대표에게 '당신과는 안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당대표의 위상을 꺾어버리겠다는 메시지를 준 만큼 한 대표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서 당을 장악할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통해 한 대표가 얻게 된 것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정갈등 해법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여론 전달 등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밀고나가는 '뚝심'을 전국민에게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이 독대를 거절하는 메시지를 낸 것과 관련해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심을 회복할 수 있는 사안을 전달해 이를 고칠 수만 있다면 언제든 회동에 나설 수 있단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심을 반영한 뚝심을 밀고 나가는 정치인에게 국민이 환호했던 사례가 수도 없이 있는 만큼 한 대표는 이번 독대 요청을 통해 국민만 보고 간다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며 "방법이 조금 거칠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민심을 반영한 뚝심을 밀고 나가 별의 순간을 만들어내는게 이제 한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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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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