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덜고 의미 배가…넷플릭스표 서바이벌 예능의 ‘반전’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09.20 14:06
수정 2024.09.20 14:06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글로벌 차트 진입

시청자 호평 속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 끌어올려

자극은 덜어내고, 소재의 의미에 집중한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이 국내와 해외 시청자들을 모두 사로잡고 있다. ‘성+인물’ 시리즈를 비롯해 ‘신인가수 조정석’ 등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쏟아내지만, ‘글로벌’의 벽을 실감하던 넷플릭스가 서바이벌 예능의 변주를 꾸준히 시도하며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를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 80명이 명성을 지닌 ‘백수저’ 셰프 20명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경쟁하는 요리 서바이벌 예능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TV쇼 글로벌 10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며, 홍콩 2위, 말레이시아 3위, 호주 9위 등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흑백요리사’의 명장면이 공유되는가 하면, 추후 전개에 대한 추측과 궁금증 섞인 반응들이 이어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거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최강록이 “떨어지면 1년 동안 인터넷을 안 하면 된다”고 언급한 장면 등이 ‘최강록 어록’이라며 회자됐으며, 최강록과 승우아빠의 대결 장면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권에 오르며 큰 관심을 실감케 했다.


특히 ‘흑백요리사’의 ‘선한’ 의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이다. 요리 서바이벌로 ‘경쟁’을 내세웠지만, 요리사들 간의 갈등에 집중하기보단 흑수저, 백수저 모두 요리에 ‘진심’인 점을 드러내며 ‘편안한’ 재미를 선사 중이다. 안대를 쓰고 심사하는 모습을 통해 ‘공정’을 강조하고, 명성을 입증한 백수저 참가자 또는 의외의 활약으로 놀라움을 자아낸 흑수저 참가자에게는 ‘존중’을 표하며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피지컬: 100’ 시즌1, 2와 ‘사이렌: 불의 섬’, ‘더 인플루언서’ 등 남다른 스케일로 압도하는 대형 서바이벌 예능으로 꾸준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피지컬: 100’ 시리즈에서는 ‘몸’에 자신이 있는 100인의 참가자들의 ‘맨몸’ 경쟁을 통해 ‘건강한 몸’에 대해 고찰했다면, ‘사이렌: 불의 섬’에서는 여자 소방관, 경호원, 군인, 경찰관들의 생존 다툼을 통해 여성 예능의 새 장을 열었었다.


출연자들의 치열하면서도 건강한 경쟁이 남기는 메시지도 긍정적이었으며, ‘사이렌: 불의 섬’에서는 멋진 여성들의 생존기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동시에, 해당 직업군을 향한 편견을 깨뜨리며 예능이 만들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줬었다. 이 과정에서 ‘피지컬: 100’ 시즌1, 2 모두 글로벌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예능의 가능성도 넓혔다.


넷플릭스는 ‘성+인물’ 시리즈처럼, 짧지만 자극적인 전개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첫 번째 시즌인 ‘일본편’에서 AV 배우를 향한 ‘가벼운’ 접근으로 ‘시기상조’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신세계로부터’를 비롯해 ‘신인가수 조정석’, ‘미스터리 수사단’ 등 시청자들의 강한 호불호를 유발하거나,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는 등 드라마 시리즈보다 글로벌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빈도가 현저히 낮아 걱정을 유발하기도 했었다.


이에 최근 쌓이고 있는 넷플릭스표 서바이벌에 대한 신뢰가 더욱 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도파민 자극’이 필수가 된 시대, ‘건강한’ 자극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가 입증한 것이 의미 있게 여겨진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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