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볼 이유 없다…서늘하게 돌아온 '베테랑2', 액션도 메시지도 매섭다 [볼 만해?]
입력 2024.09.13 08:57
수정 2024.09.13 08:57
13일 개봉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어? 살인은 그냥 살인이야"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로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돌아왔다.
9년 만에 돌아온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는 여전히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쏟아지는 범죄를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정이라도 편안하면 좋겠지만 아들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돼 마음을 닫았다.
어느 날 한 교수가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자신이 성폭행했던 여제자를 꽃뱀으로 몰아가 결국 목숨을 끊게 만들었던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여제자가 죽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되면서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범인은 해치다.
그는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들을 찾아가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안기며 살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치의 '정의 구현'에 열광하지만 서도철에게는 연쇄살인일 뿐이다. 이 때 바쁜 수사대의 지원을 위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이 투입된다.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범인의 정체를 처음부터 공개한다. 영화의 초점은 범인 찾기가 아니라, '정의'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사적 제재가 정말 정당한가에 있다.
최근 사적 제재는 이 사회의 극단적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해주면서 짜릿함을 선사하는 반면,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 부당한 처벌로 이뤄질 위험과 무고한 피해자 등장, 무엇보다 사회적 정의 왜곡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서 '베테랑2'는 해치가 벌이는 사적 제재를 통해 법의 한계를 넘어서 개인이 자의적으로 정의를 구현하려 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베테랑 2'는 우리가 정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나열한다.
전작의 인기 요인이었던 짜릿한 쾌감, 오락적인 요소를 오히려 걷어내고, 종국에는 시대와 맞는 사회적인 현상과, 일조했던 대중에게 묻는다. 정말 사이다, 도파민으로 점철돼 정의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는 이 시대 속에 살아가도 괜찮은지, 분노와 열광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말이다.
무거운 영화의 주제만큼 액션도 전작보다 더 묵직하고 매섭다. 강도 높은 액션과 타격감이 느껴지는 액션 디자인 속에서 류 감독의 위트는 여전히 살아있다.
특히 빌런으로 합류한 정해인의 얼굴이 새롭다. 그동안 주로 따뜻하고 선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사랑받은 정해인이 기존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고 심리를 알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를 입었다. 외적으로는 차분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이 서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13일 개봉. 러닝타임 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