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필리버스터' 한숨 돌린 與…'특검법 정국' 긴장감은 여전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9.12 00:40
수정 2024.09.12 01:02

野, 법사위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강행 통과

정청래, '협박성 발언' 꺼내며 禹 압박했지만

본회의 무산…與 "민주당, 실력 승부하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 정치권이 추석 연휴 필리버스터 사태를 극적으로 피해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경파가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법사위에서 단독 의결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안 상정을 추석 이후로 미루겠단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의 결단으로 1주일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국민의힘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추석이 끝난 직후 재차 '특검법 정국'에 정쟁 속에서 허우적대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특검법안 등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은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양당이 협의해달라"며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데 집중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이 강행한 2건의 특검법과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지역화폐법을 12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 의장의 발표에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비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안건조정위원회까지 시급하게 마친 법안을 의장이 상정하지 않겠다는 사례는 처음 본다. 매우 당황스럽고 경악스럽다"며 "국회의장도 한 명의 국회의원이다. 법사위까지 마친 법안을 개인의 권한으로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 의장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의 열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재고해주길 부탁한다"며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면 법사위는 국회의장에게 협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를 열어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하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페법 등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야당의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수사대상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을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자는 내용의 법안이다. 채상병 특검법에는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으로 추려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된 법안이다. 지역화폐법은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 협의가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의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려 추석 내내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심산이 반영된 강행처리라는 분석이다.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할 때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할 수 있게 마련된 제도인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서도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안건조정위 회의를 40분만에 토론 종결시킨 뒤, 곧바로 전체회의에서 통과를 강행했다.


이에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법안 일방 처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원회에서도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을 일방 표결로 통과시키고, 안건조정위도 간단한 토론 형식만 취했을 뿐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국민의힘은 공청회 요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요구했으나, 결국 무산되고 특검법이 일방 통과된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연휴 필리버스터'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였다. 법안의 강행 처리를 늦추고 국민들에게 법안의 불합리성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필리버스터 논의가 오고 갔던 건 사실이고 특히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은 추석에 지역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어려워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의장이 12일 본회의에 해당 법안들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극적으로 추석 필리버스터 현실화는 피해가게 됐다.


다만 우 의장이 오는 19일에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처리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서는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 의장은 세 쟁점 법안을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의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본회의 개최 의사일정을 합의한 바 있는데 갑자기 또 19일 일정을 추가해서 협의토록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국회는 민주당 의원총회장이 아니다. 민주당 개별 상임위원장이나 개별 의원들의 희망대로 의사일정이 맘대로 정해지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12일을 막았고, 19일에 본회의를 안 연다고 쳐도 26일엔 민주당이 또 법안 상정을 강행할 것이고 국회의장은 이를 막지 않을 텐데 그럼 결국 필리버스터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들(국회의원)도 지치지만 이걸 보고 있는 국민들은 더 지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정쟁적인 법안들 말고 실력으로 승부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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