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ETF 출시 ‘봇물’…커지는 대형 쏠림 우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입력 2024.08.27 07:00
수정 2024.08.27 11:33

거래소, 내달 밸류업 지수 발표 예정

대형사 중심 구조에 경쟁력 차별화 어려워

중소형사 독자적 지수 개발 등 돌파구 탐색

ⓒ게티이미지뱅크

내달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수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말 해당 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연이어 출시되는 등 ‘밸류업 랠리’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 자산운용사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다음 달 중 밸류업 지수를 출시하기 위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사전 수요조사를 완료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자산운용사들도 해당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밸류업 지수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확대에 적극적인 기업들과 자기자본 이익률(ROE) 및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객관적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기업을 선별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아울러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 밸류업 우수기업과 유망기업을 나눠 편입하는 식으로 나눠 2가지 지수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4분기부터 해당 지수를 활용한 각 운용사의 ETF 출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직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기회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주 관련 ETF만 해도 높은 수익률과 함께 수백억원대 자금 유입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5일에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ETF’의 경우, 상장 2개월(지난 26일 기준)여 만에 17.5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개인 순매수 규모만 156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 밸류업 ETF의 흥행을 점치는 분위기 확대되면서 주요 운용사 대부분은 관련 ETF를 서둘러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밸류업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를 출시하는 한편 액티브 ETF 특화 운용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은 '액티브' ETF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소형 운용사들은 이런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패시브·액티브 ETF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름이 잘 알려진 선두권 운용사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중소형 밸류업 ETF를 아예 출시하지 않고 밸류업 수혜가 예상되는 기존 ETF만 집중적으로 운용하거나 에프앤가이드 등 다른 지수 사업자들과 협업을 통해 맞춤형 지수와 이를 따르는 상품들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 운용사 한 곳에서 여러 개의 밸류업 상품을 내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소형사의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와 관련 ETF가 출시되면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한번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ETF 시장 내 대형 운용사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타사 대비 경쟁력 있는 테마·상품군에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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