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광복절 현실화…대통령실, 이종찬 '몽니'에 '난감·허탈'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8.14 06:00
수정 2024.08.14 09:08
광복회·野 "김형석 임명, 건국절 제정 포석"
대통령실 '건국절 제정 의사·계획 전혀 없다'고 해도
李 "金 사퇴 안하면 광복절 경축식 참석 안해" 고집
尹 "건국절 논란, 먹고살기 힘든 국민에 무슨 도움 되나"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불거진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건국절 논란이 국민 민생과는 동떨어진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라는 취지로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13일 전했다.
정부나 대통령실에선 건국절 제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광복회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정부의 김 관장 임명은 '1948년 건국절 제정을 위한 포석'이라고 매도하며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식을 보이콧하겠다고 한 데 대한 안타깝고 답답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관장도 지난 12일 용산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절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이종찬 광복회장과 야6당은 윤 대통령이 소위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 관장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지 않거나, 김 관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가보훈부는 이 회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막판 설득 작업에 주력했지만, 이 회장이 고집을 꺾을 것으로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대통령실도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이 회장에게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수 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정 실장의 연락을 한참 동안 받지 않다가, 아주 늦게 정 실장에게 전화를 해 "섭섭하다"는 취지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최근 이 회장을 직접 찾아가 같은 입장을 전하며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김형석 교수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독립기념관장 임원추천위원회 결정에 따라 1순위로 올라온 김 교수를 낙점했을 뿐"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천된 사람을 지명 철회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 설득을 위해) 우리는 할 만큼 다했다"고 했다.
이 회장이 이토록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추천한 사람은 뇌물죄로 구속됐던 사람이기 때문에 애당초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을 방문해 이 회장을 만나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도록 설득했지만, 이 회장은 김 관장의 사퇴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