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도피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구성 합의…"노벨상 유누스가 수반"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08.06 20:58 수정 2024.08.06 20:58

지난 5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퇴 소식에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공무원 할당제를 둘러싼 대학생들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5일 사임한 뒤 해외로 도피한 가운데 방글라데시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들이 과도정부 수립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6일 군부, 야당 지도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의회를 해산하고 즉각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야당 핵심 지도자 칼레다 지아 전 총리 뿐만 아니라 이번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 전원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은 평상시 상징적 임무를 수행하지만 비상시에는 국가원수로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앞서 1971년 독립전쟁 참전 유공자들에게 공직의 30%를 배정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배경을 갖지 못한 이들로부터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18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이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유공자들과 후손들은 할당제를 복원하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 6월 다카고등법원이 ‘할당제 부활’을 허용하면서 대학생 중심의 반정부 시위가 촉발돼 400여명이 숨졌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청년 실업률이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공무원 자리를 놓고 수십만명의 청년들이 비좁은 문을 뚫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인 무함마드 유누스. ⓒ AFP/연합뉴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지도부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빈곤퇴치 운동가인 무함마드 유누스(84)가 과도정부 수반인 최고 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로, 빈곤층 무담보 소액 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유누스가 대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총선을 관리할 과도정부의 최고 고문을 맡기로 했다며 현재 신병 치료차 해외에 있는데 최대한 빨리 귀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치료차 프랑스에 있는 유누스는 이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국가 비상사태이고 다른 모든 대안이 소용없어졌다고 한다면 (과도)정부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방글라데시를 떠나 인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영국 망명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불리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는 1996년부터 2001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리로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해왔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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