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보폭 넓히는 한동훈…친윤·원희룡도 품을까
입력 2024.08.06 06:20
수정 2024.08.06 09:17
韓, 조경태·권성동으로 '식사 정치' 시동
중진과 '스킨십'…친윤·당권경쟁자와도 회동
갈등 '원희룡·나경원'과의 회동 여부도 눈길
"친윤, 비윤 가리지 않고 포섭해야" 목소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중진들과의 회동을 시작하며 당대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당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청취함과 동시에 전당대회 동안 생긴 당내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한 대표가 식사 정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당내 시선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친윤계와 그들이 밀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으로 이어질지 여부로 쏠리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 식당에서 조경태·권성동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다. 부산 사하을에서 6선에 성공하며 당내 최다선 자리에 오른 조 의원과 강원 강릉에서 5선 고지에 오른 권 의원과의 회동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진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넒히려는 한 대표의 의중이 담긴 회동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동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당내 중진들 중 가장 먼저 만난 의원이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문제를 놓고 친윤과 갈등을 빚었던 한 대표는 당내 정책통이자 계파색이 옅은 김상훈 의원을 새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이처럼 친윤계를 향한 '유화 조치'에 이어 권 의원과 만남으로써 '친윤계 품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아울러 한 대표는 오는 6일에도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영세 의원이나 당권 경쟁자였던 윤상현 의원 등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통합 행보를 지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오는 8일에는 4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다. 이 같은 회동 역시 당내 스킨십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 대표가 당내 보폭을 넓히자 자연스럽게 친윤계, 특히 전당대회 동안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던 원희룡 전 장관과의 회동이 언제 이뤄질지가 당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모양새다. 한 대표와 원 전 장관은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4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만난 이후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한 대표와 원 전 장관과의 회동이 단순히 당권 경쟁을 했던 주자들 간의 만남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 전 장관이 물밑으로 친윤계의 지원을 받아온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당내 계파를 통합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도부 출범 직후 정점식 전 의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한 대표와 친윤계가 2차 갈등을 빚었던 만큼 당 통합을 위해 이들을 품는 작업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김기현 전 대표 때도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했던 게 경쟁자였던 안철수·천하람·황교안 등 당시 경쟁자들과 회동하고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당이 갈라지면 끝이라는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고 당내 의원들이 같이 가줘야 한 대표도 살 수 있단 얘기가 나오는 만큼 만나서 회포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동의 성사 가능성과 시기다. 우선 친한계 사이에선 원 전 장관 측과의 회동이 필요하긴 하나 서두를 필요는 없단 입장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지금은 원내 의원들과 인사를 하는데 집중하고, 다양하게 많은 분을 뵙고 의견을 듣는 단계"라며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나면 큰 효과가 없을 수 있으니 소수로 만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윤계와 원 전 장관 쪽이 먼저 감정을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원외 인사는 "치열한 경쟁을 거친 뒤에 나온 결과가 서로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테니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며 "한 대표도 친윤들에게 절대 불이익은 없다는 시그널을 계속 주면서 같이 갈 수 있단 메시지를 던지고 친윤도 이를 받아들이는 밑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리는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당대회 동안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 논란을 갈등을 빚었던 한 대표와 나경원 의원과의 회동도 당내 관심사 중 하나다. 서울 동작을에서 5선 고지에 오른 나 의원은 당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데다 상징성까지 갖고 있는 인물인 만큼 당 통합을 위해 꼭 만나야 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대표 측은 나 의원과의 회동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해보겠단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정치 경험인데, 이걸 채워줄 수 있는 인물들이 당내에 많이 있다"며 "채상병 특검처럼 앞으로 한 대표가 추진하고자 하는 것들 중 당내 의견이 모아지기 어려운 게 몇 가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잘 해나가기 위해선 친윤 비윤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포섭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