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빌려간 전 약혼자에 100원씩 입금하며 "못 헤어져"
입력 2024.08.05 14:03
수정 2024.08.05 14:03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직업을 속였다가 들통난 남성이 2000만원을 빌려준 후 이별을 통보받고, 스토킹 피소까지 당한 사연이 공개됐다.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30대 남성 A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지속해서 연락하는 것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냐"며 조언을 구했다.
A씨는 게임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 B씨에게 자신의 직업을 '유망 중소기업의 부장'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 A씨의 직급은 '대리'였다.
점차 B씨와의 관계가 깊어지자, A씨는 회사가 멀어 자취하고 싶다는 B씨에게 함께 살자고 청혼했다. A씨는 결혼을 약속한 만큼 거짓말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트 중이던 두 사람은 우연히 A씨의 동료를 마주쳤다. 여기서 A씨가 부장이 아닌 대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니었다"며 B씨에게 사과했다. B씨도 "괜찮다. 직업 보고 만난 건 아니다"라고 그를 용서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이후 B씨는 돌연 퇴사 소식을 알리며 "공부하고 싶으니 학원비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집에서 학원까지 거리가 멀다"며 "차량 구입비도 보태달라"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A씨는 거짓말을 용서해준 B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 약 2000만원을 건넸다.
그로부터 몇 달 뒤 B씨는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거짓말하는 버릇은 못 고친다더라"며 이별 통보를 했다. A씨는 B씨로부터 연락을 차단당하자 B씨 계좌로 100원씩 입금하면서 '빌려준 돈 내놔' '양심 불량' '돈 돌려줘' '너랑 못 헤어져' 등 메시지를 보냈다.
B씨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메신저로 선물까지 보냈지만 B씨는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여자친구는 자기를 속였다면서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더라"며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려고 선물도 보냈던 것이 범죄가 되냐"고 물었다.
조인섭 변호사는 "행위자의 행위가 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만하다고 평가되면 상대방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가졌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 행위"라며 "행위가 반복되면 스토킹 범죄"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약혼자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한 것은 협박하거나 다시 사귈 의사로 행한 게 아니라 지급한 돈을 찾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상대방이 분명히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3차례 이상 반복한 것을 스토킹 행위로 본 판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A씨가 B씨를 속이고 결혼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A씨의 직업 등을 믿고 약혼했는데 기망으로 인해 약혼이 파기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A씨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지급을 구한다면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A씨가 B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에 대해 "증여인지 대여금인지에 따라 다르다.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차용증을 작성해야 하는데 사귀는 사이에서 작성하긴 힘들다"며 "문자메시지 등으로 언제까지 갚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나 빌려주는 돈이라고 말하는 것 등을 증거로 남겨놓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