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이커머스 IPO 재시동 ‘적신호’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7.28 07:00
수정 2024.07.28 07:00

투심 악화에 컬리·오아시스 증시 입성 재도전 대형 ‘악재’

외형 성장 전략 한계 직면…회의적인 전망에 외면 가능성

출혈 경쟁 속 자금 조달 시급...몸값 올리기 고심 깊어질 듯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환불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우산을 쓰고 회사측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불거진 티몬·위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올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공개(IPO) 재추진에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상장을 위한 과도한 몸집불리기가 부메랑으로 다가오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외형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투자 심리 악화로 인한 상장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서 이커머스 IPO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아시스와 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IPO 재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또다시 기업가치 개선 등 상장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지난달 큐텐의 해외 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되는 일이 발생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 큐텐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에서 보고한 미정산 금액은 1600억~17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업계는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의 원인으로 모회사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자금난을 꼽고 있다. 큐텐은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이베이와 합작해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 창립한 이커머스 업체다.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국내외 플랫폼 5곳(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위시·AK몰)을 인수했는데 자사 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단기간에 몸집을 무리하게 불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결국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다.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는 지난 3일 11번가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오아시스

결국 공격적인 외형 확장이 유동성 위기로 돌아오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IPO 전략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 3일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인수를 위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의향서를 전달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검토가 IPO 재추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신선식품 사업만으로는 IPO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인식에 인수전에 참전해 몸값을 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2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했지만 부진한 결과에 상장을 철회했다.


다만 업계는 11번가가 지난 2022년부터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큐텐 사태 발발 이후 적자 기업 인수를 강행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오아시스와 함께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노렸던 새벽배송 업체 컬리도 티몬·위메프 사태의 여파를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컬리는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다양한 사업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유료 멤버십 개편과 컬리멤버스 고객 대상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 데 이어 컬리나우를 출시하며 근거리 배송(퀵커머스) 신사업에도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은 돈이 들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전략으로 IPO 재추진에 대비해 동력을 모으는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컬리 역시 지난해 1월 글로벌 경제 악화와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 계획을 접었지만 올해 들어 적극적인 투자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티몬·위메프 사태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IPO 재추진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내 출혈 경쟁 심화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IPO를 마냥 늦출 수만도 없는 실정이어서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는 미래를 위한 출혈 경쟁을 지속해왔는데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들의 등장으로 경쟁 강도가 더 심화됐다”며 “생존을 위해 더는 자금 조달을 늦추기가 힘든 상황으로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