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시장 ‘활활’…증권가, 수요 대응 ‘잰걸음’
입력 2024.07.26 14:22
수정 2024.07.26 14:26
올 들어 벌써 12건…밸류업 프로그램 부담↑
주관시 인수금융 확장 ·기업 고객 확보 용이
소액 주주 위한 온라인 청약 도입도 줄이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자발적 상장폐지 등을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들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 이후 부진한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개선을 위해 공개매수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완료 혹은 진행 중인 공개매수는 총 12건(추가 공개매수 포함)으로 집계됐다.
올 하반기 공개매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고려하면 연말에는 작년(19건) 수준을 크게 상회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0년에만 해도 공개매수 건수는 7건 불과했지만 이후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개매수는 기간과 가격, 수량 등 조건을 공시해 여러 주주로부터 주식을 장외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최근들어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개매수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 등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쌍용씨앤이·티엘아이·락앤락·커넥트웨이브·제이시스메디칼·신성통상 등 6곳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4건 대비 대폭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공개매수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상장폐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풀이다.
증권사들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모양새다. 공개매수의 경우, 주관 수수료는 높지 않으나 비교적 낮은 업무 난이도로 인수금융 업무로의 확장과 기업 고객 확보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작년에 NH투자증권이 주관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인수금융·공개매수·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업계 최초 패키지 딜로 인수금용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1조800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액주주들도 공개매수에 참여하기 위해 주식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있어 리테일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분석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유 주식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매각할 권리를 갖는 제도다.
현재 공개매수 주관 시장의 선두주자는 NH투자증권이다. 올해 12건의 공개매수 중 10건의 공개매수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올해 나머지 두건은 미래에셋증권(에스앤디)과 삼성증권(현대홈쇼핑)이 진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들이 속속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개매수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증권사 최초로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출시한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올해 3~4월 중 온라인 청약 시스템 도입을 완료했다. 작년 일신방직의 공개매수를 주관했던 대신증권도 이를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들의 실적을 견인했던 부동산 PF가 부진한 가운데 차기 수익원으로 주목받던 토큰증권(STO)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제자리걸음 중”라며 “최근 상장사 공개매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딜을 따내기 위해 인수금융 전반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한편 개인투자자들 위한 온라인 청약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