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상현 "이재명에 진 사람이 당대표 되겠다고? 당원 자존심 달린 문제"
입력 2024.07.03 08:00
수정 2024.07.03 08:00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인터뷰
"韓·元, 전대 대권 징검다리 이용해선 안돼"
"자유민주주의 우파 이념 충실한 정당 만들 것"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한다면 하는' 정치인이다. 1번도 힘들다는 무소속 지역구 당선을 그는 2번이나 이뤄냈다.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었지만 승객 수가 적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수도권 전철 1호선 제물포역에 급행 정차를 성사시킨 것도 대표적이다. 윤 후보는 이러한 추진력과 탁월한 지역구 관리 능력 덕분에 상대측 지지자들도 인정하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런 윤 후보가 지역 정치를 넘어 중앙 정치 무대 한가운데에 서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데일리안 인터뷰에서 "당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한테 총선에서 지신 분들이 당대표를 하겠다? 이것은 당원들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5분 비전 발표회에서도 "저는 승리의 공식을 알고 있고, 저의 몸에는 민주당을 이기는 승리의 DNA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윤 후보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그의 지역구를 여러 차례 지원한 바 있다. 그만큼 거대 야당의 폭주에 맞서 싸울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는 보수 혁명으로 당을 개혁해 정권 재창출을 이루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 당의 고질적인 병폐는 이익집단의 DNA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며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너무 약하다. 그러다 보니 '뺄셈 정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집단이 됐다. '덧셈 정치'로 자유민주주의 우파 이념에 충실한 이념 정당, 가치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쟁 당권주자(나경원·원희룡·한동훈 후보)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은 윤 후보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윤 후보는 "저는 오랫동안 중앙정치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모셨던 업보 때문에 당원권 정지도 당했고 지구당 위원장직도 반납했고, 무소속으로 여러 차례 (총선에) 나왔었다"며 "(중앙정치 무대에는) 이제 나온 것이다. 인지도가 낮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원희룡 후보는 대권주자다. 전당대회가 대권주자의 정치 일정에 하나의 징검다리로 이용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당원들이 지금까지는 모르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게 문제가 있구나라고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당을 배신하지 않았다"라며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라는 걸 누가 과감하게 얘기하느냐, 이런 면에 있어 저는 남들과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의 일문일답.
Q. 왜 윤상현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돼야 하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가 총선에서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예견된 참패였다. 근데 그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키고 계속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수도권 의원 중에서는 저와 안철수 의원 정도 말고는 거의 없었다. 그런 예견된 참패에도 당이 변화하려는 노력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 당은 처절한 반성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처럼 사실상 죽어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당은 만년 2등 정당, 패배에 익숙한 정당의 길로 가는 것이다.
당대표는 '당원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한테 총선에서 지신 분들이 당대표를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것은 당원들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다. 누가 보수 적통의 길을 걸어왔나를 보면 차별점이 있을 것이다. 저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정치적 책임을 졌고 저는 당을 배신하지 않았다. 또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 되도록 누가 과감하게 얘기하느냐, 이런 면에 있어서도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Q. '보수 혁명'을 통해 이기는 정당, 민생 정당, 혁신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공약을 소개해 달라.
"우리 당의 고질적인 병폐는 이익집단의 DNA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너무 약하다. 그러다 보니 '뺄셈 정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집단이 됐다. 그래서 이익집단의 경향을 '덧셈 정치'로 자유민주주의 우파 이념에 충실한 이념 정당, 가치 정당으로 만들어야 된다. 그걸 위해서는 여의도연구원을 혁파해야 된다. 당대의 최고의 이론가를 갖다 놓고 우리 당의 이념적 좌표를 제시하고 또 각종 정책에 대한 이념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하고 그리고 당원,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교육을 시켜야 된다.
두 번째 민생 정당이 돼야 한다. 당원이나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당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생 정당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가 있지만 우리는 민생위원회가 없다. 우리 당에도 약자위원회나 쓴소리위원회 등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당원이 진짜 주인이 돼야 한다. 당원들이 신문고를 통해서 민원 등을 올릴 수 있게 하고, 원외 지구당을 부활하고 사무총장직을 원외에서 임명하고, 광주광역시에 제2당사를 만들고 이런 식의 혁신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Q. 다른 당권주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올릴 복안은?
"저는 오랫동안 중앙정치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모셨던 업보 때문에 당원권 정지도 당했고 지구당 위원장직도 반납했고, 무소속으로 여러 차례 (총선에) 나왔었다. (중앙정치 무대에는) 이제 나온 것이다. 인지도가 낮아서 (지지율이) 그런 것이다.
한동훈·원희룡 후보는 대권주자다. 전당대회가 대권주자의 정치 일정에 하나의 징검다리로 이용이 돼서는 안 된다. 당원들이 지금까지는 모르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게 문제가 있구나라고 알게 될 것이다. 전당대회는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당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당대표가 돼야 당이 잘 되는지, 이것에 대해 당원들이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Q. 그렇다면 윤 후보는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나.
"그렇다."
Q. 대권주자로 꼽히는 한동훈·원희룡 후보 중 유독 한 후보에 대해서만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그 사람을 아끼고,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데 당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정 관계다. 당정 관계에서 대통령과 신뢰가 없으면 정말로 무신불립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우려를 전한 것이다. 한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의 신뢰가 깨졌다는 게 너무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거나 한 후보의 발언 이런 걸 보면 이제 한 후보와 윤 대통령 간의 신뢰는 무너졌다고 보인다. 개인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우려를 전한 것이다."
Q. 당대표가 된다면 거대 야당의 폭주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일단 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야당이 아무리 무도하더라도 입법 폭주하게끔 만들어 놓은 건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 당이 못해서 그런 것이다. 선거에서 지지 않았나. 야당이 아무리 무도하더라도 국정의 파트너로 대우를 해줘야 되고, 2인 3각으로 같이 가야만 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한다. 야당과 싸울 땐 싸우고, 어떤 때는 협상하고, 그게 안 되면 국민에게 호소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야당을 우리 페이스로 끌고 오기 위한 가장 좋은 방책은 우리가 먼저 혁신해 나가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의 물꼬를 우리가 먼저 트고 야당으로 하여금 우리를 따라오게끔 만드는 것, 그게 악(惡)을 선(善)으로 이기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당원과 국민에 하고 싶은 말은.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80일이 넘도록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없었다. 한마디로 죽어 있는 정당이다. 총선백서 발간도 특정인의 눈치를 보느라 못하고 있다. 이게 우리 당의 본모습이다. 당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지만, 당 중앙이 스스로 변화하는 건 기대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당원과 국민이 변화의 추동체가 돼야 한다. 추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윤상현이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자세히 들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