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이 공개된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판결문…범죄인가 아닌가 [디케의 눈물 242]
입력 2024.06.11 05:10
수정 2024.06.11 09:26
유명 유튜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판결문 영상 공개…피해자 측 "동의한 적 없다"
법조계 "판결문 먼저 건넸다면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여지…이 경우 공개 자체에는 문제 없어"
"개인정보 가렸다면 죄 성립되지 않지만…피해자 신원 담겼다면 성폭력특별법 처벌"
"큰 이슈된 사건인 만큼 가해자 신원도 쉽게 특정 가능…명예훼손죄 고소·고발 여지"
한 유튜버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피해자에게서 과거에 받았다며 판결문을 공개하고 피해자 측이 "동의 없이 영상을 올렸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당시 공론화를 원하면서 판결문을 건넸다면 공개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상에 피해자의 신원이 담겼다면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고 특히, 큰 이슈가 된 사건인 만큼 신원을 특정할 만한 사소한 내용이라도 담겼다면 가해자들 측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판슥은 지난 8일 "2023년 11월 초에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며 "당시 피해자에게 직접 자료를 받았음에도 채널 해킹 등 다른 문제로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밀양 사건 판결문을 공개했다. 그는 "제가 받은 판결문에는 피고인 명단, 실제로 누가 성폭행했고, 누가 미수에 그쳤는지 등에 대한 사실이 다 적혀있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판결문에 나와 있는 정보를 간접적으로 흘릴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해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가해자의 실명은 지운 채 가해 사실이 담긴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에 자신을 피해자의 여동생이라 밝힌 A씨는 지난 9일 "(언니는) 현재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지적장애가 있다"며 "언니가 7개월 전 판슥에게 전화해 피해 사실을 밝히고 판결문을 공개한 건 사실이지만 판슥은 당시 녹취한 내용을 이제 와서 동의 없이 올렸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판슥은 "늦은 시간에 여러 차례 전화하며 신분증, 판결문까지 인증해주면서 가해자들을 응징해달라고 했던 행동과는 다른 점이 의문이다"면서도 "피해자가 정말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영상을 계속 올려놓는 것이 피해자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전부 내렸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7개월 전 해당 유튜버와 피해자 측이 나눴던 대화 내용을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당시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하면서 판결문까지 건넸다면 묵시적으로 공개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 구체적 내용이나 실명, 당사자를 특정할 만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판결문 공개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다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별법) 제24조에 따라 공개된 영상에 피해자의 주소, 이름, 나이 등 신원을 특정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면 해당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가해자 측에서도 해당 유튜버를 상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고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을 영상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워낙 이슈가 되고 알려진 사건인 만큼 개인을 특정할 만한 사소한 단서라도 담겼다면 문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판결문은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고 당사자가 열람제한 신청을 할 경우 재판부의 결정으로 열람이 제한 될 수 있을 뿐이다"며 "신상을 공개하는 데에 수반되는 명예훼손 등 혐의와 별개로, 개인정보를 가린 판결문을 공개하는것 자체로 범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만약 피해자가 7개월 전 해당 유튜버와 연락한 당시 공개에 동의했고 공개했을 경우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다만 위 사안의 경우 현재 피해자가 동의를 하지 않았고 미리 허락도 구하지 않았기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동의를 했다는 것은 단순히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 보다는 범죄 사실을 알리면서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영상에 공개한 판결문 내용들이 실제로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인 만큼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 될 수 있고 명예훼손의 공공의 이익이라는 측면이 훼손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