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난색에도…이재명 '차등 지원' 역공, 정치공학적 계산했나 [정국 기상대]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4.05.30 00:30
수정 2024.05.30 09:06

李 차등 지원 '유턴'…의도 두고 반응 가지각색

금액과 무관 "총선 공약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득"

전문가 "정책 목표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 최고위 발언을 마친 서은숙 최고위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 보편적 지원이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는 계획인데, 이에 대한 반응이 가지각색이다. 일각에서는 유리한 여론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여당에 협의를 제안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대표가 22대 총선에서 공약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역 화폐 방식 지원을 말한다. 그는 당시 전국민 대상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한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저금리 대출 확대,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지원금 등 민생회복 조치의 여러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소득 지원 효과도 있지만, 지역·지방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경제 정책"이라며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골목 경제 살아나면 정부·여당 지지율 올라가고 좋지 않느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이 대표의 차등 지급 수용' 방침과 관련해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한 입장은 저희들이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다. 그것으로 대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촉구' 더불어민주당·중소상공인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시장에 풀린 막대한 돈이 고물가를 더 자극할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가 부채를 늘린 이상 그 이상의 내수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서다. 민생회복지원금에 추가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가계 채무 상환을 하거나 저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총 14조2000억원 규모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소비로 이어진 금액은 4조원에 그쳤다. 투입 재원 대비 26.2~36.1%만 소비된 셈이다.


KDI는 지난 13일에도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를 통해 "현 상황에서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부양책 자제'를 권고했다.


연구진은 "다시 내수를 부양시킨다면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 내수부진의 고통을 감내한 것이 다시 고물가로 되돌아가는 위험이 있다"며 "당장의 내수부양,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현 경제 상황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중소상공인 긴급간담회'에서 "전국 소상공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며 "국민들은 쓸 돈이 없고 소상공인은 장사가 안돼 이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높은 것에 대해 "저희가 충분하게 설명 못 한 탓"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양보와 같은 움직임이 철저하게 정치공학적으로 계산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인당 25만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최소 14조 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재정적자 발생을 억제해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고 있는 현 정부에게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여론전에서 유리한 구도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지층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 중 하나가 빛바랜 건전재정"이라며 "야권이 어떤 유불리를 계산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 대표로서는 금액과 무관하게 총선 공약을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득이 된다. 그래서 (민주당의 메시지가) 전략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두루뭉술한 측면이 있어 이슈가 확산할 가능성이 작다"며 "여당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의 연금개혁안에 찬성한 사례가 있듯이 (민생회복지원금도) 충분한 설득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