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변방'…문재인, 재임 중 '외교 파탄' 돌아본 회고록 출간
입력 2024.05.18 00:00
수정 2024.05.18 00:25
17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펴내
김정은과 '도보다리' 대화 최초 공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끔찍한 일…
나중 정부가 반드시 사과 받아야 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초래했던 '외교 파탄'을 돌아본 회고록이 출간됐다. 도서 제목은 '변방에서 중심으로'로 돼있지만, 기실 허사로 돌아간 대북관계, 미국과의 긴장 관계, 일본으로부터 당한 무시 등 철저히 '변방'에 머물렀던 문재인정권 시기의 외교 관계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공개한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통해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재임 5년간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소회를 최종건 연세대 교수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회고했다.
책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내용은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약 30분간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나눴던 대화 내용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김정은의 관심은 미북정상회담에 집중돼 있었으며, 문 전 대통령은 장소 등을 조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이나 하와이·(스위스의) 제네바를 제안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들의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비행기를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그럴 수 없다'는 고충을 털어놨다"며 "북한이 선호하는 곳은 판문점, 다음이 몽골의 울란바토르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북정상회담은 1차는 그해 6·13 지방선거 직전일에 싱가포르에서, 2차는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으며 최종 결렬됐다. 북한은 이미 노출되고 실효성도 떨어진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대북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미 관계, 방위비 분담금 난항 시인
"트럼프 요구 과다해 협상 중단 지시"
대일 관계, 양자 회담 거절한 아베에
"속좁은 홀대에 섭섭하고 불쾌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통령은 결렬의 책임이 마치 미국에 있는 것처럼 회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와서 실무교섭을 하면서 '핵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북한이 발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그런 요구를 한 적은 없지만 폼페이오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공을 들였던 대북관계가 결국 자신이 재임 중이던 2020년 6월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산산조각 나고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는 것은 문 전 대통령도 부인하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후임 정부가 이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사과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진짜 끔찍한 일이었다. 북한이 깡패국가 같은 면모를 보인 것"이라며 "나중에 언젠가 다른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게 되면 반드시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재임 중 대미 관계에 있어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순조롭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며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파탄으로 치달았던 대일 관계에 있어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죽창가' '총선은 한일전' 프레임 등 국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대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특별한 해명 없이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유일하게 20개국 중 자신하고만 양자 회담을 갖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만 술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나를) 홀대하는 속좁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섭섭하고 불쾌하고 일본이 도량 없는 나라가 돼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