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국 돌풍에 위기감?…이재명 경의선숲길 유세 온통 '몰빵론' 뿐
입력 2024.03.18 17:31
수정 2024.03.18 17:41
지지자들 양손에 빵 들고, 이재명 대표 입장 때도
'지민비조' 견제하며 "민주당 집중선택" 외쳐
李, 재판 관련 발언 할애 뒤엔 '몰빵' 강조하고
"아군 더 많아야…151석 할 수 있게 도와달라"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자는 의미의 이른바 '몰빵론'은 이재명 대표의 마포구 경의선 숲길 유세 '메인 키워드'였다. 이재명 대표가 이지은 마포갑·정청래 마포을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을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후보들에 대한 지원 메시지보다는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몰빵론의 강조 외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해명, 이와 관련해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8일 오전 이재명 대표는 '한강벨트'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마포를 찾았다. 이 대표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기자회견이 열릴 현장에는 '몰빵'을 외치는 지지자들이 이 대표가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 여럿은 "그 사람(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은 민주당이 아니다. 다른 당이다" "몰빵! 몰빵!"이란 외침을 이어갔다. 이들을 인터뷰하던 유튜버마저도 함께 "몰빵!"을 외쳤다. 한 손에 하나씩, 두 손 가득 큰 빵 두 개를 쥐고 있는 지지자도 있었다. 파란색 야구점퍼를 입은 이 대표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지지자들은 이름을 연호하는 대신 '몰빵'을 계속해 외쳤다. '몰빵'을 외치는 목소리는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져갔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은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부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사실 나는 오늘 오후에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한다"며 "1분 1초가 정말 천금 같고 여삼추인데 이렇게 시간을 뺏겨서 재판을 받고 다니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소권을 남용하는 이 검찰 독재 정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다는 의지도 많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죄가 되든 말든, 증거가 있든 없든 일단 기소해서 재판을 받으면 몇 년 동안 고생하고, 돈 쓰고, 시간 낭비하고, 인생 다 망가진다는, 누군가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 난관을 넘어서서 국민 승리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배우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재판도 언급했다. 그는 "내 아내도 자기 밥값을 자기가 냈는데, 지금 재판을 받으러 불려다니고 있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얻어먹지도 않고 대접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정말로 철저하게 지켜왔는데, 제3자들끼리 아내도 모르게 밥값을 냈다는 이유로 아내가 재판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아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당시에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로 기자회견의 포문을 연 뒤 7분여 가량을 자기 방어를 하는데 할애했다. 이 대표가 발언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여기저기서 탄식을 내뱉고,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국민이 맡긴 국가 권력으로 정적을 탄압하고 시간과 돈을 뺏고, 고통을 주는 이런 무도한 폭력 정권"이라는 수식과 함께 "국민들께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진정 민주적이고 평등한 나라, 법 앞에 모두가 공평하게 취급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주시기 부탁드린다"라는 주장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이 대표는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마포을 정청래 후보, 마포갑 이지은 후보 이야기를 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검찰 정권에 맞서 싸우던 훌륭한 인재(이지은 후보)를 영입했다. 이지은 후보나 정청래 후보나 모두 국민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정치는 이 두 분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실제로 이 뒤에는 국민이 있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모든 정치 행위는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직접적인 후보에 대한 거명이나 소개는 '몰빵' '재판'과 같은 단어보다 작은 비중을 차지했다.
두 후보는 취재진 앞에서 총선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는데, 우선 정청래 후보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제일 앞세우는 말은 내가 시장을 돌아다니고 골목골목 돌아다녀보면 딱 맞는 말이다. 잘 만들었다 이렇게 생각한다. '경제폭망 민생파탄 못살겠다 4월 10일 심판하자'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였다. 여러분들 동의하냐. 이상이다"라고 짧게 발언했다. 이지은 후보도 "정권심판 그리고 행복한 마포,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의 도구가 되겠다"고 소감 발표를 마무리했다.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은 황급히 종료되는 일도 있었다. 이 대표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따른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양문석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시라. 다른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며 질의응답을 받는 순서를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던 이 대표의 현장 지원 기자회견은 또 다른 파트로 나아가며 전개를 이어갔다. 이날의 진짜 주인공과 같은 '몰빵'은 이 대표가 "민주당이 151석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지지자들은 정청래~이재명~이지은 세 사람이 같이 만세를 하자 "몰빵!"을 연호했는데, 이 대표는 여기에 호응해 "몰빵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이때까진 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또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우군(조국혁신당 등)들이 많으면 좋지만 아군(민주당)이 더 많아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1당을 놓치고 그들(국민의힘)이 1당이 되는 날, 행정권력만으로도 나라를 이렇게 망쳤는데 입법권까지 그들이 차지하거나, 국회의장을 차지해 의사봉을 장악하는 날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보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반드시 민주당 아군들이 1당이 돼야 한다. 우군보다 아군을, 반드시 민주당이 1당을 그리고 가능하면 151석으로 과반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라고 힘껏 외쳤다.
지역구·비례후보 모두 민주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몰빵론'은 이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 뉴타운 지하 쇼핑몰의 한 빵집을 찾아 양손에 빵을 든 사진이 찍힌 것을 계기로 급부상했다.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 집중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조국혁신당)' 전략이 먹혀 들어가면서 창당과 함께 돌풍을 일으킨 것을 의식한 단어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 말미 '몰빵'에 대해 입을 연데는 이날 오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오차범위 바깥으로 밀어낸 결과가 나온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5일까지 유선 3%·무선 97% 혼합ARS 방식으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4·10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뽑겠다는 응답은 26.8%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찍겠다는 응답이 31.1%로 가장 높게 높았고,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8.0%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다 중심을 잃고 휘청였으나 넘어지지는 않았다. 연단에서 무사히 내려온 이 대표는 인근 거리 인사를 위해 이동하다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봉사)을 하던 조정훈 국민의힘 서울 마포갑 후보 지지자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조 후보도 현장에 있었으나, 이 대표와 조 후보의 두 사람 간의 조우는 불발됐다. 이 대표는 정청래·이지은 후보와 경의선 숲길 일대를 돌며 시민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