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보조금 '195만원' 속 숨은 아이러니 [기자수첩-산업IT]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02.28 07:00 수정 2024.02.28 07:00

전기차 많이 팔라고 만들어진 '보급목표 이행보조금'

국산차·수입차 10곳만 해당… 전기차 없는 혼다도 포함

전기차 아무리 팔아도 테슬라·폴스타는 못받아

서울시내 대형쇼핑몰 주차장에 테슬라 차량이 주차돼있다.ⓒ뉴시스

이달 초 발표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으로 국내 업체 몰아주기, 중국산 배터리 차량 배제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생각해보면, 전기차를 사려고 했는데 갑자기 구매 가격이 오른 소비자들이나, 연초 보조금 확정 후 판매를 늘리려했던 자동차 업체나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일터다.


그런데, 사실 전기차 보조금이 개편되기 전부터 '이상한' 보조금 항목에 차별을 맛봐야했던 업체는 따로 있다.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가 제일인 줄 알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라는 혁신을 불러온 테슬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업체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의 보급을 불러온 주역이라는 데에는 토를 달기 쉽지 않다.


사실 테슬라는 환경부의 전기승용차 보조금을 단 한번도 100% 받지 못했던 비운의 업체다. 여기서 말하는 100%는 환경부가 공고한 최대 보조금으로, 작년엔 680만원, 올해는 30만원 줄어든 650만원이다. 이 안에는 차량 가격 기준, 성능보조금, 제조사 인센티브 등이 포함돼있다.


이 중 현대차, KG모빌리티 등 국내에서 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토요타 등 주요 업체들은 모두 받을 수 있는데 테슬라는 죽어도 못받는 차별 항목이 존재한다. 바로 '성능 보조금' 항목 내 '보급목표 이행보조금(이행보조금)'이다.


이행보조금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량을 줄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했을 때 주는 보조금이다.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차를 더 많이 팔라는 일종의 독려금 성격이 짙다. 앞서 2020년 처음 생겨났을 당시만 해도 20만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엔 70만원으로, 지난해부터는 140만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140만원으로 유지됐다. 전기차를 더 많이 팔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행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10곳으로 한정돼있단 점이다. 적용 대상은 2009년 기준 연간 판매량이 4500대 이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제한됐는데, 현대차∙기아∙쌍용∙르노∙한국GM∙벤츠∙BMW∙폭스바겐∙토요타∙혼다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업체는 2009년 이후 전기차를 제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행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엔 주지 않는 보조금을 정부가 나서서 전기차에만 지급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론 전기차 시장 활성화와 보급 확대에 있다. 탄소감축이라는 글로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전기차를 늘려야하지만, 비싸게 책정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보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국내 전기차 판매 확대에 많은 지분을 가진 테슬라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애초에 내연기관차를 취급하지 않아 친환경에 가장 가깝고, 연간 전기차만 1만대를 넘게 판매한 업체임에도 매번 140만원의 보조금을 덜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1만6461대를 판매해 수입차 전체 업체 중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이행보조금 적용 대상 기준이 된 2009년 당시 국내에서 연간 4500대를 판매하지 못했던 업체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볼보, 포드,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하필 '2009년'에 판매량이 4500대를 넘지 못하는 바람에 앞으로 아무리 많은 차를 판매한다고 해도 해당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해 연간 수입차 판매 4위에 오른 볼보의 경우 올해 하반기 보급형 저가 전기차 EX30을 출시하지만, 140만원의 이행보조금은 그림의 떡이 됐다. 반면, 국내에 판매 중인 전기차가 없는 혼다, 토요타는 전기차 출시 시기가 늦어도 언제든 이행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는 업체가 오히려 보조금이 깎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신형 전기차가 더욱 많아질 앞으로 더욱 가시화 될 것이 분명하다. 정확히 말하면 2009년에 연간 4500대를 판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조금 차별을 감수해야하는 업체가 더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


보조금 규모를 줄여가야할 정부로서는 성능 좋은 전기차의 기준을 매년 까다롭게 바꿀 필요성이 있다. 또 향후 10년 뒤 넘쳐나는 폐배터리 문제와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올해 주행거리, 배터리 재활용 계수 등이 포함된 개편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갖는다.


다만, '좋은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더욱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려면 적어도 누구는 노력 없이도 받고, 누구는 노력해도 못 받는 묵은 항목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단돈 1만원의 보조금이 아쉬운 전기차 시장에서 무려 140만원은 전기차 판매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국내 시장에 좋은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업체에게 혜택이 돌아가야한다. 일부 브랜드에만 편중된 이행보조금과 같은 차별 항목은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늘려줄 새로운 브랜드의 신규 진출을 막고,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게될 수 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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