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챙긴’ 삼성SDI, 불황 속 나홀로 질주
입력 2024.01.26 06:00
수정 2024.01.26 06:00
삼성SDI, 올해도 신증설 투자 집행…규모 5조원대 전망
'탄탄한 기초 체력' 바탕으로 시장 공략 적극 뛰어들어
경쟁사들과 달리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고수하던 삼성SDI의 움직임이 최근 돌변했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전기자동차 시장 위축으로 숨 고르기에 진입한 반면 삼성SDI는 두둑한 곳간을 뒷배로 외형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에도 연초 세운 계획에 맞춰 신증설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투자 규모를 늘려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기회를 잡겠단 전략이다.
최근에는 1조원을 투자해 양극재·배터리 생산공장을 울산에 짓겠다 밝혔다. 이를 위해 울산시와 손을 잡았으며, 삼성SDI는 울산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 내 3공구를 개발하고, 양극재와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불어닥친 업계 한파 속에서 삼성SDI의 전략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투자를 축소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며 태세를 전환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는 상반된 행보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경우 투자에 있어 경쟁사들 대비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 만큼 상대적으로 시장 타격이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 호황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매진할 당시 삼성SDI는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앞세우며 ‘고성능 배터리 판매’만 집중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제품 ‘P5’를 중심으로 높은 수익성을 창출했다.
또 이때 쌓은 ‘탄탄한 기초 체력’은 현재 삼성SDI의 든든한 방패가 됐다. 지난 2022년 기준 삼성SDI의 순운전자본은 1조8720억원에 달한다. 순운전자본은 외부 도움 없이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 보유액을 나타내는데, 삼성SDI의 최근 3년 동안의 순운전자본은 ▲2020년 1조8526억원 ▲2021년 1조4133억원 ▲2022년 1조8720억원 순으로 지속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투자 규모를 늘려온 삼성SDI의 ‘보수적 투자 원칙’은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깨질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배터리 투자를 본격화한 이래 처음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에비타(EBITDA)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APEX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인 5조원으로 예상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770만대로 삼성SDI 고객 구성(BMW 40%, 스텔란티스 25%, 아우디 15~20% 등)을 고려한 판매량 증가율은 24%를 전망한다”며 “올해 BMW와 현대차의 신규 수주가 기대돼 증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