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까지 누가 가나…5월 문 여는 우주항공청, 인력난 우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1.16 09:04
수정 2024.01.16 09:06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됐지만 정주여건 개선 조항 빠져

의료·교육 인프라 개선 없이는 우수인재 영입하기 어려워

국방부·외교부 소관 업무도 이관 안 돼 '반쪽짜리' 우려

경상남도가 지난 9일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기념해 도청 앞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모형에 설치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경축하는 문구.ⓒ연합뉴스

이르면 올해 5월27일 문을 여는 우주항공청이 벌써부터 '인력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첨단 우주항공기술을 연구하는 특성상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야 하지만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정주여건 개선 없이는 우수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남 사천에는 의료·교육 인프라가 많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기혼자들에게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15일 언론보도와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법에는 정주여건 개선 관련 조항이 빠졌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비롯한 관련 3개 법안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경남 사천에 들어선다. 하지만 여야의 국회 논의과정에서 '교육, 의료, 교통체계 등 정주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뺐다. 결국 관련 지원책 없이 경남 사천에 최고급 인재 300명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봉체계는 우수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우주항공청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들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직급에 상관없이 기존 보수체계의 150%를 초과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필요시 파견이나 겸직도 가능하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주식백지신탁도 예외로 하며 퇴직 후 유관분야 취업 등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경남 사천의 정주여건은 우주항공청에서 꼭 필요한 인재들의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경남 사천엔 연구인프라는 물론 자녀교육, 의료체계 등이 확보되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 조항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빠졌기 때문에 예산 추가투입 가능 여부도 불확실하다.


국내 우주항공분야 전문가는 14일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가 생길 때 한인 과학기술인들에게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과 주거 등 모든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경남 사천에 정주여건 등의 지원책도 없고 국방부·외교부 업무도 이관되지 않아 우주항공청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실 지원이 망설여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법 조항에는 빠졌지만 현재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우주항공청에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오기 위한 정주여건 개선 등의 추가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라며 "경남도와 사천시도 우수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과 연구인프라 지원확대 등에 나섰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청 소관업무에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만 이원돼 '반쪽자리 우주컨트롤타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된다. 외교부·국방부 등의 업무는 우주항공청과 협의해 이원화를 추진키로 하면서다.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항공청이 상위부처인 외교부·국방부 등의 정책을 조정하기엔 한계가 있다 보니 일부 파격적 연봉만으로는 우수 인재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우려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국가우주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하고 부위원장은 민간전문가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우주위원회를 개최하지 못할 땐 민간 부위원장이 개최해 범부처 정책을 기획·조정한다는 게 현재의 구상이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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