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바다, 사라진 물고기…역대급 태풍 위험도 [위기의 바다③]
입력 2024.01.09 07:00
수정 2024.01.09 07:00
세계 해수 온도, 매년 최고 기록 갱신
한반도 해역, 평균보다 2.5배 빨리 가열
바다 산성화, 지구 대기 가열 ‘악순환’
뜨거워진 해수면 태풍 파괴력 키워
“과학자들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어찌 됐든 이 정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단기간의 극단적인 현상이거나, 아니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 - 마이크 메러디스 영국 남극조사소 교수.
해를 거듭할때마다 바다가 기분 나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매년 해수 온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다. 지난해 해수 온도 상승을 두고 “모든 인류가 하루종일 전자레인지 100개씩을 가동한 것과 같은 열이 바다를 데웠다”라고 표현한 기후학자도 있다.
지난해 4월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메인대학교 기후변화연구소는 지난해 4월 초 해수면 평균온도가 21.1℃로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전 최고 기록인 21℃를 7년 만에 넘긴 것이다.
기후학자인 매튜 잉글랜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교수는 당시 상황을 “현재 그래프 자취가 단순히 과거 기록을 경신하는 게 아니라, 도표 범위를 넘어서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해수 온도 상승률은 더욱 심각하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 표층 수온은 1968년 이후 2015년까지 1.11℃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표층 수온이 0.43℃ 오른것과 비교하면 2.5배를 웃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다 산성화’다. 바다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흡수한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바닷물은 염기성이 높을수록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데, 온도가 오르면 염도가 높은 바닷물은 심해로 밀려난다. 표층에는 염도가 낮은 바닷물이 자리한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력은 떨어진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그 위를 지나는 태풍의 세력도 강해진다. 뜨거운 바다에서 더 많은 열과 수증기가 태풍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다른 바다보다 더 빠른 수온 상승을 보이고 있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명태·오징어 사라진 동해, 수온 상승 위기 증거
바다가 이산화탄소 흡수를 적게하면 그만큼 대기에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게 된다. 지구온난화가 가중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바다 온도상승은 대기 온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해양 산성화가 심해져 pH 값이 1~2만 떨어져도 해양 생태계는 큰 타격을 받는다. ‘네이처’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 해양 pH는 0.1가량 떨어졌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세기말에는 pH 0.4 이상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산성도 수치는 약 2배 정도 증가한다.
바다 산성화는 해양생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바다 산성화는 굴과 조개류에 특히 해롭다. 어패류 껍질은 탄산칼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산성과 만나면 쉽게 연해지거나 녹아버릴 수 있다.
산호 또한 산성화한 바다에서는 제대로 골격을 형성하지 못해 폐사 위험이 높다. 산호는 해양생물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초 단위 생물, 생물 다양성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해수 온도상승은 해양생물 서식지를 옮기게 해 어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동해에서 오징어를 찾기 힘들고, 오히려 원양어업에서나 잡을 수 있던 참치(다랑어)가 우리 바다를 누비는 것도 해수 온도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오징어뿐만 아니라 명태·멸치(동해), 갈치·정어리(남해), 갑오징어(서해) 등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어획량 감소는 어민 수익 손실을 넘어 소비자 물가도 끌어올린다.
디트마르 도멘게트 호주 모나시대학교 교수는 “인간이 유발한 지구 가열화 신호가 바다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우리는 급격히 뜨거워지는 기후 영향 아래 놓인 채 매번 새로운 기록이 경신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