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운항 9개월' 이스타항공, 올해 약속 얼마나 지켰나
입력 2023.12.15 06:00
수정 2023.12.15 06:00
3월 재운항 시점 약속 대부분 이뤄내
8개월 만에 승객 178만명 돌파… 기재 10대·국제선 운항 성공
직원수 750명, 재고용 인력 우선 채용… 대기인력 남아
내년 기재 5대 추가 도입 예정, 흑자전환 후 직원 보상 검토
"올해 말까지 항공기를 3대에서 10대까지 늘리고 하반기에는 국제선 운항도 재개하겠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퇴사한 직원들의 의사를 먼저 확인한 뒤 우선적으로 재고용하겠습니다. 현재 500명인 직원 수를 연내 660∼700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올해 1460억원의 매출을 내고, 2024년에는 흑자전환을 이뤄내겠습니다. 2027년까지 20대 이상 기재와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겠습니다."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가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재운항을 시작하며 내건 약속들이다. 올 1월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이스타항공의 신임 대표로 취임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내건 목표였다. 3년간 날개가 꺾여있던 이스타항공이 1년 만에 달성하기엔 다소 무리한 수준이 아니냐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조 대표의 '무리한' 약속은 재운항을 시작한지 8개월을 넘긴 현재 대부분 지켜진 모습이다. 김포~제주 단일 노선으로 시작해 국제선에 이르기까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엿한 LCC항공사의 면모를 갖춘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흑자전환 궤도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9일 기준 누적 상업 운항 편수 1만편을 돌파했다. 올 3월 26일 운항을 재개한 지 259일 만의 기록이다.
이 기간 이스타항공이 공급한 좌석수는 총 189만석이며, 탑승객 수는 약 178만명에 달한다. 평균 탑승률은 94%다.
이는 LCC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기록이다. 실제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최근 탑승객수 100만명을 돌파하기까지 2년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특히 3년 간 운항을 한차례도 하지 못하면서 폐업위기까지 내몰렸던 항공사가 세운 기록이라기엔 예상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연내 10호기 도입’이 계획대로 진행된 영향이 컸다. 기재가 늘수록 운항 편수를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운항 재개 시점만 하더라도 항공기가 3대에 불과했지만, 이스타항공은 8개월 만에 무려 7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10대의 항공기는 모두 영업에 투입된 상태다.
덕분에 올해 하반기 부터 국제선을 운항하겠다는 약속도 무리없이 지켜졌다. 지난 9월 김포~송산 노선을 시작으로 현재는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나리타, 베트남 나트랑, 다낭 등 까지 확대했다. 이달 20일 부터는 지방발 국제 노선인 청주∼타오위안의 운항도 시작한다.
항공기를 운영하는 핵심 요소인 인력 충원도 발빠르게 이뤄져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당초 600~700명까지 인력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현재 이스타항공의 직원 수는 750명을 넘어선다. 앞서 지난 7월 기준 500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만 200여명을 더 채용한 셈이다.
특히 조 대표가 강조했던 퇴직 인력 재고용 우선 원칙은 채용 과정에서 철저히 지켜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수차례 진행된 채용에 앞서 각 분야에서 퇴직 인력에 먼저 의사를 묻고, 이 과정에서 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 인력이 채용됐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올해 초 약속에 따라 채용이 진행될 때마다 재고용 대상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부여했다”며 “필요한 인력보다 지원자가 몰려 아직까지 재고용을 대기 중인 인력이 꽤 남아있지만, 내년 기재도입이 추가로 이뤄지면 재고용 인원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빠른 회복은 VIG파트너스의 자금 지원이 기본 바탕이 됐다. 직전 주인이었던 성정이 대부분의 채권을 변제한 상태에서, 지난 1월 VIG파트너스로부터 1100억원의 운영자금을 투자받으며 이스타항공은 올 3월 기업 회생 절차도 졸업할 수 있었다.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안정적 기반이 재운항 시작점에서부터 갖춰졌던 셈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여객수요는 회복세에 기름을 부었다. 억눌렀던 여객 수요가 비수기 영향에 구애 받지 않고 1년 내내 우상향곡선을 그리면서다. 특히 하반기 국제선 취항 전까지 김포~제주 단일 노선 운항 편수를 크게 늘리고 가격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11월 여객 수는 총 5050만7311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78% 수준까지 회복됐다.
여기에 재고용을 기다리던 퇴직 인력은 오히려 이스타항공의 회복 속도를 당겨준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력이 있던 인력들이 빠르게 재입사하면서 채용 기간을 줄여주고, 교육 기간 역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상 기재만 도입되면 언제든 일할 수 있는 대기 인력이 충분한 상태였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올해 총 10대의 기단을 구성하고, 국제선 노선에도 취항한 만큼 사실상 정상적인 항공사로서의 구조를 갖추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 만큼 내년부터는 기존 LCC업체와 동일한 선상에서 추가 노선과 기재 도입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등 여객 시장이 올해 매우 좋았던 데다 단기간에 기재를 다수 들여오면서 결과적으로는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정상화 작업이 올해 안에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는 여타 LCC들과 비슷하게 국제선 노선을 늘리고, 기재와 인력을 늘리면서 경쟁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활한 회복이 이뤄진 만큼 올 초 이스타항공이 내건 매출 목표 역시 수월하게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대표가 내건 올해 매출 목표는 1460억원이다.
내년 흑자전환을 선언한 만큼 이스타항공은 내년 5대의 추가 기재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중국 등 국제선 노선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투자금 회수가 우선인 만큼 흑자전환이 본격화된 이후 재고용 인원들에 대한 보상 등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게 사람과 항공기다. 비용부담 없이 구조조정상태에서 기다려준 직원들이 바로 입사해준 덕에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다행히 부채부담이 없는 만큼 내년 흑자전환이 이뤄지면 회사를 믿어준 직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