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텨내고 존재하기: 광주극장 고향사랑기부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11.08 11:03
수정 2023.11.08 11:12

“광주극장은 1933년 조선인이 세운 호남 지역 최초의 극장으로, 1935년 개관하여 현재까지 같은 자리에서 영화를 상영 중인 단관 극장이다. 음악인 최고은이 바라본 광주스러움을 나누고자 초대한 일곱 뮤지션이 광주극장에 방문하여 각자의 '버텨내고 존재하기'에 대해 말하고 노래한다. 더불어 1990년대부터 오늘까지 광주극장의 손간판을 그리고 있는 박태규 화백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독립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 시놉시스 설명 중 일부 발췌)


ⓒ개관 85주년 광주극장 영화제 손간판

광주극장을 방문하던 날, 북촌 계동길 중앙탕 입구처럼 무심한 듯 세심한 사람 얼굴 빼꼼히 보고, 기역자 입구를 지나면 호젓한 홀이 펼쳐지는 공간, 그 느낌이 좋았다. 수십 년 간 손 때 묻은 장비들이 멋들어지게 펼쳐지며, 손글씨 ‘관람예절’과 손그림 ‘아름다운청년 전태일’지나 익살스런 찰리채플린 형상이 나를 훔쳐보고 있는 공간은 나무의 질감과 세월의 공기가 채워져 있었다.


하루 200명 손님 받던 중앙탕은 10명 남짓 손님을 받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멀티플렉스가 문화의 다양성을 내포하는 상영관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손간판을 걸며 최고(最古) 단관극장이자 예술영화전용관이라 표방하는 광주극장이어야 말 그대로 복합문화를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제주 출신이다. 제30회 4·3 미술제 ‘기억의 파수, 경계의 호위’,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깃든 상흔을 다시 보는 일본 원로 작가 오카베 마사오의 제주 전시 ‘기억의 활주로’, 4·3기념관을 중심으로 열리는 임흥순 작가의 ‘메모리얼 샤워’ 등 제주와 제주를 둘러싼 현실을 예술로 어루만지는 몇 몇 프로젝트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특별했던 경험으로 얻어진 수익 중 일부를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

우연찮은 기회에 광주극장에 대해 알게 됐다. 영화감독 변영주, 영화감독 김희정이 광주극장을 보존하자는 인터뷰 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일제강점기에 개관하여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영화를 상영한 공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광주극장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일본의 깐깐한 검열 속에서도 영화와 공연예술을 무대에 올리고, 강연이나 야학을 위한 집회 공간으로도 쓰였다. 해방 이후, 일제강점만큼이나 쓰라렸던 광주 민주화의 함성을 현재의 자리에서 감내하며 목도했고, 어느 새 원도심이 되어버린 충장로에서 흔한 경제 논리에 따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가장 오래된 극장 광주 극장 내부

광주광역시 동구는 광주극장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다. 올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제도를 통해 '광주극장의 100년 극장 꿈을 응원해주세요'라는 모금함을 ‘위기브’ 사이트에 개설했다. 10만원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 3만원짜리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연말정산하는 직장인이라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좋은 제도이다. 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할 수 있는 최고액 5백만원을 광주극장에 기부했다.


최근 독립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가 개봉했다. 고상지&이자원, 곽푸른하늘, 김사월, 김일두,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아마도이자람밴드, 정우, 최고은&주소영...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국내 최고 인디 뮤지션 8팀이 모여 광주극장 복도, 매표소, 계단, 상영관, 영사실 등에서 노래를 한다. 영화에는 1993년부터 광주극장의 간판을 그려온 박태규 화백의 인터뷰도 있다.


“나에게 소중하고, 재미있고,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그 공간은 존재합니다. 결국 광주극장이 이렇게 오랫동안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인 거죠.”


광주극장이 오랫동안 우리 안에 있길 바라며, 내가 참여했던 고향사랑기부제로 10만원 기부하고, 13만원 돌려 받는 손해볼 것 없는 혜택을 받으며,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길 권유드린다. 나도 버텨내고 존재하며, 앞으로 의미 있는 전시기획을 이어가 보겠다.


글/ 김해다 전시기획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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