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통일 과연 될까?”…유감(遺憾)이다
입력 2025.03.28 07:07
수정 2025.03.28 07:07

귀를 의심했다. 감정을 누르고 동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한 자 한 자 받아 적었다.
“나는 통일을 생각을 안 해봤어요. 과연 될까. (···) 준비 없는 통일은 재앙이 올 수 있어요. 통일은 면밀하게 우리가 좀 대비를 하고 그렇게 해야 되는데. 아직은 내가 이거는 생각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통일은 되었으면 좋겠는데, 내 살아있을 때는 통일 되기가 어렵지 않을까. 김정은이 워낙 젊어요. 저 일찍 가지도 않을 거고. 그래서 여기는 내가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홍준표, “통일된 이후 미래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과 국제사회 속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변이다. 지난 19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주최 “한국 (정치)의 미래를 묻다” 토크 콘서트에서다. 토론의 표어는 “시대 정신을 논하다”였다.
홍준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도백으로 광역시장으로 중앙·지방을 넘나들고, 당 대표도 지내며 보수 정치의 한 축을 이룬다. 대권에 도전했고, 재도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모든 행보를 그에 맞추고 있다.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칠 2030이 주최하는, 그것도 서울대학교에서, 그것도 사회과학대학이 주최하는, 그것도 한국과 한국 정치의 미래와 시대 정신을 논하는 자리다. 자신의 지식과 경륜을 확실히 설파해 정치인이자 지성인으로서 능력과 품격을 뽐내려, 없는 시간도 만들어 준비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보수당의 적자라고 정통성을 강조에 또 강조하면서,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재건 적임자로 자임하는 홍준표다. 통일이 과연 될까, 되면 좋겠는데 내 살아있을 때는 어렵지 않을까, 해서 통일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게 과연 동일인의 말인가. 지켜본 근 두 시간이 너무 덧없다.
필자는 자유민주적 통일이 아니라 공존을 지향했고, 통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존이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더 나가 통일하지 말자는 문재인, 이재명, 임종석, 그 주변과 당을 통렬히 비판해 왔다. 대한민국 헌법을 근거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헌법 4조를 모를 국민이 어디 있을까마는, 통일을 늘 가슴에 안고 일상에서 실천하지 않는다 해도 바쁜 삶 속의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지도자,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들은 달라야 한다. 통일은 대통령의 의무(헌법 66조 3항)고 취임식에서 평화통일 노력을 선서(헌법 69조)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국회법 24조에 따라 마찬가지다.
법조인으로 헌법을 누구보다 잘 알 문재인과 이재명, 헌법이 명한 통일의 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강령에 통일이 아니라 공존이 명시된 당의 당원이니 그렇다 치자. 그들에겐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역사가 평가하고 심판할 것이다.
법조인으로 헌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강령에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한반도 전체의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명시된 당의 당원이고, 정통성 있는 적자임을 표방하는 홍준표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는 선수가 통일을 가슴에 품고 비전을 제시하고 통일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우리의 정치적 힘, 군사적 주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저마다 장밋빛 경제 비전을 제시할 것이나 토지, 노동력, 자원, 시장, 대륙 교통로가 없는 대한민국 반쪽 섬나라에서 과연 가능할까. 남북 갈등이 투영된 남남 갈등이 더해 극단적 대립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유 중 하나가, 필자가 문제를 안고 있는 그를 지지한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통일을 입에 올렸기 때문이다. 계엄령 선포란 잘못된 선택을 한 윤석열이지만 통일 의지, 제시한 통일 추진 원칙과 방도는 높이 평가하고 옳다. 헌법을 존중하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치인이 이어가야 할 지향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홍준표가 통일 대계를 야무지게 다듬어놓고, 공개의 시기와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었다.
홍준표의 발언에 대학생들이 와 웃고 넘어갔다. 그렇게 넘어갈 일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이들의 수준이, 통일에 대한 인식과 의지의 현주소가 이 정도인가.
홍준표의 발언에 어느 지식인, 언론·방송, 유튜브 그것도 보수 유튜브에서조차 비판은커녕 언급조차 없다.
통일로부터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는가.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