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11.04 06:06
수정 2023.11.04 06:06

ⓒ스포츠조선 캡처. 데일리안 DB

전청조라는 사람이 벌인 희대의 사기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는 의혹이 극에 달한 시점에 돌연 언론 인터뷰에 나서서 또 세인을 놀라게 했다. 애초에 이 사태가 터진 것도 전청조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유명인인 남현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전청조 측에서 인터뷰를 자청했다고 한다. 보통 유명인 결혼 이슈에서 일반인 배우자는 철저히 보호 받기 때문에 전청조가 직접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가 나선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유명인과 결혼하는 재벌 3세 남성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전청조는 경호원 대동, 호화로운 생활, 선물 공세, 가짜 기자 활용,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 사용, 주민등록증 위조 등 갖가지 방법을 활용해 ‘재벌 3세 남성’으로 부각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언론에 나온다면 그런 방법들 이상으로 자신을 믿게 할 수 있다. 또 전청조는 유명인과의 가짜 친분을 과시해왔다고 하는데 남현희의 남편으로 기사에 실리면 이건 진짜 친분이다. 단순한 친분 수준을 넘어 배우자까지 됐으니 그의 신뢰성이 대폭 상승할 수 있다.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리고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즉 사기극을 벌이면서 정말 대담하게 언론까지 이용하려 한 셈이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로선 도피해야 할 시점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도 언론을 이용하려는 기획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인터뷰에서 뭐라고 했든 어떤 의도를 내포한 프레임 짜기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만 종합해도 전청조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매우 반사회적인 인격의 소유자며 말을 꾸며내는 능력이 비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나서서 인터뷰를 했다면 그 말에 거리를 두고 그의 진짜 의도를 간파하려는 자세가 필요했다. 하지만 많은 매체는 그의 말을 그대로 전하기에만 바빴다.


예를 들어 전청조는 인터뷰에서 남현희가 이미 2월에 자신의 정체를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청조가 재벌회장 아버지를 사칭하면서 남현희에게 메시지를 8월에 보낸 기록이 공개됐다. 이 메시지를 보면 2월에 남현희가 진실을 알았다는 주장에 의심이 간다.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청조의 주장에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알렸어야 하지만, 많은 매체들은 ‘전, 남현희 2월에 정체 알아’라는 식으로 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기만 했다.


전청조가, 자신에겐 여성으로 나온 주민등록증 하나밖에 없으며 성전환을 하지 않았다는 걸 남현희가 이미 알았었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여자라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남현희가 결혼을 추진했단 말인가? 게다가 조금 후에 뒷자리가 1로 시작되는 전청조 주민등록증 이미지도 등장했다. 이런 의문점들이 있으면 이와 관련해서도 전청조 주장의 문제점을 전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기만 했다.


전청조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전하면 그가 짠 프레임에 휘둘리게 된다. 이번에 전청조는 남현희를 정말 사랑했었다는 황당한 말도 했는데 그런 사람이 남현희와 결혼을 준비하는 기간에 다른 남성에게 결혼하자며 접근했단 말인가? 이렇게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도 일부 언론에선 ‘(전청조가 남현희를) 그렇게 사랑했으니 미안하기도 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전청조의 사랑 주장을 받아들이는 듯한 말도 나왔다.


전청조는 자신의 행각이 남현희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며, 자신의 죄를 사랑 정도로 축소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남현희에게 책임의 상당 부분을 전가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진짜 속마음은 당사자밖에 모르겠지만 어떤 의도가 됐건, 사기꾼의 의도가 깔린 말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남현희에 대한 보도도 무분별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벤틀리가 그녀 명의인 것이 거짓말의 정황이라는 보도가 크게 나왔었는데, 남현희는 아파트의 명의를 받지 않았다고 했지 자동차 명의를 받지 않았다고는 안 했다. 누구를 악인으로 찍어놓고 몰아가듯이 보도해선 안 된다.


지금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전청조와 그의 어머니, 경호원 등에 대해 모두 조사해서 전청조가 벌인 일들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남현희에 대한 의혹도 경찰이 엄정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일에 속단은 금물이다. 남현희가 알았을 가능성과 몰랐을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쪽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확증편향도 경계할 일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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