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예산 13년 만에 축소했지만…약자와의 동행은 강화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3.11.02 05:03
수정 2023.11.02 05:03

서울시 내년 예산 45조7000억원 편성…13년 만에 내년 예산 축소

세입 감소로 예산 규모 줄었지만…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증액

기초생활수급자 급여·기초연금 지급 예산, 가장 많이 증액

'도로 교통' 분야 가장 크게 감액…일반 매입 임대주택사업 예산도 크게 줄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2024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서울시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감축했다. 세입 감소가 주 원인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는데, 이런 가운데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등 사회복지 분야에 가장 큰 증액을 결정해 주목되고 있다.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저소득층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더욱 두텁게 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으로 45조7230억원을 편성해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은 세입(稅入) 감소로 지난해보다 1조 4675억원(3.1%)이 감소한 규모다. 서울시 예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큰 틀에서 서울시 미래 밑그림을 그리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타이밍인데 안타깝게도 세수 감소라는 암초를 만났다"며 "13년 만에 절대 액수가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입 감소로 인해 시정 8대 분야 중 사회복지, 문화관광, 일반행정을 제외한 5개 분야의 예산이 줄어 올해 대비 1777억원 감소(0.7%)한 25조6912억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증액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사회복지' 예산이다. 이 예산은 전년대비 4025억원(2.5%) 늘었다. 기준중위소득이 높아지면서 복지급여가 인상되고, 부모급여도 확대되면 올해보다 가장 크게 증액됐다.


이번 예산안 '주요 증감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예산이 늘어난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사업 예산이다. 이 사업은 1조3881억원으로 당초 예산보다 2833억원이 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기존에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였지만, 내년부터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로 완화되면서 국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이 183만3572원 이하일 경우 그 차액만큼 기초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기초연금 지급' 사업이 올해보다 2271억원이 늘어 3조2715억원이 투입된다.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 지급된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어르신 수가 늘면서 이번에 국비가 늘었다. 서울시는 2271억원을 증액해 5752억원으로 부모급여 지원 사업도 실시한다. 부모급여는 0세 70만원에서 100만원, 1세 35만원에서 50만원까지 확대 지원하면서 국비가 증액됐다. 시는 영아기 돌봄을 두텁게 지원해 부모의 경제적 양육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2024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반면 가장 크게 감액된 분야는 '도로 교통'이다. 전년대비 3088억원(11.8%) 줄었다. 이 중 시내버스 서비스 개선 사업 예산이 전년보다 1116억원으로 크게 감액됐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상승을 고려해 재정지원이 축소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김상한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이 같은 감액이 탄소 저감,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시 방침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버스요금이 300원 인상되고 지하철요금이 150원 인상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가 줄어들어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반 매입 임대주택사업도 예산이 크게 줄었다. 시는 임대주택 매입임대사업에 총 761억원을 편성했는데, 전년보다 총 529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구체적으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사업 예산에서 3817억원이 줄어 649억원으로 편성됐고,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사업 예산에서 1473억원이 줄어 112억원이 투입된다.


또한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인명 피해까지 난 '서울 대폭우' 사건 이후 서울시가 반지하주택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지하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국토교통부 기준이 지난 7월 정비되면서 시의 예산 집행 속도가 느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 '1개 동 2분의 1 이상 매입'인 반지하 매입기준이었으나 시가 반지하만 단독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사업 진행이 늦어졌던 부분이 있다"며 "하반기부터 사업 부서에 본격적으로 매입 공고를 냈고, 내년도에 목표로 하는 5000호에 가까운 물량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내년도 예산을 ▲약자와의 동행 ▲안전한 서울 ▲매력적인 서울 등 3대 중점 분야, 13대 핵심 과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오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사업에 13조 5125억원을 투입된다. 이는 작년 13조2100억원에서 3025억원(2.3%) 늘린 예산이며, 내년 총예산 대비 29.6%에 달하는 규모다. 시는 취약계층의 생계, 주거, 의료·건강, 교육·여가의 지원을 계속해 나간다. 오 시장은 "어려운 재정에도 '약자와의 동행'하겠다는 약속은 지켰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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