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협조 부탁' 시정연설에…이재명 "국민을 원숭이로 여기느냐"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11.01 11:37
수정 2023.11.01 11:48

'조삼모사' '말 따로 행동 따로' 예시 들며

연구개발·병사 복지 예산 삭감 맹폭

이재명 "엄중·진지하게 국정 임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예산정국이 본격 막을 올린 가운데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부탁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야당이 하루만에 냉정히 외면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맹탕연설' 이라고 지적함과 함께 국정기조의 전면 쇄신 요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을 원숭이로 여긴다는 극언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예산 삭감 관련 논란을 집중 포격하며 정부의 행보를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빗댔다. 조삼모사는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도토리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의 도토리를 주며 현혹시킨다는 것으로, 눈앞에 보이는 차이와 다르게 결과는 결국 같다는 것을 꼬집는 사자성어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병사 복지 예산 삭감 논란 등에 대해 "국민들을 원숭이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이것을 '조삼모사'라고 하지 않느냐"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시정연설과 관련해서는 "안타깝게도 매우 실망스러웠다"라며 "국정기조 전환은 없었고, 변명에, 그리고 우리가 요구한 현안은 없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집착만 더 강해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민생 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없이,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 합리적인 설명보다는 무책임한 변명만 있었던 것 같다. 참 안타깝다"라고 깎아내렸다.


특히 병사 복지와 관련해서는 "병사 월급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예산으로 보면 병사들 복지 예산을 1857억원이나 삭감하겠다고 한다"라며 "청년 병사들의 생일 케이크나 축구화를 빼앗을 게 아니라 대통령실 특활비, 검찰 특활비부터 줄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연설의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세수 부족 사태라든지 경제 실패, 민생 파탄에 대해서 사과나 국정기조 전환이 없이 오로지 변명과 자기 합리화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조삼모사' 발언의 연장선에서 "정부·여당이 뒤늦게 몇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국민 고통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막기에 부족하다"며 "단편적인 대출 규제를 넘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한 종합적 대책을 수립해야 하다"라고 요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반성 제로, 공감 제로, 비전 제로 시정연설은 맹탕 그 자체"라며 "R&D 예산은 왜 대폭 삭감했는지, 보완을 한다는데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대안도, 해법도 없다"고 가세했다. 이어 "병사 월급을 올려준다면서 오히려 병사 후생 복지 예산을 깎는 조삼모사식 기만과 우롱이 병사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최고위원 역시 "공감 하나도 없는 시정연설"이라며 "대통령은 '경제를 망가트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오늘 한 얘기 내일 잊어버리고 다른 행동을 한다"라며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또 나타날까 걱정이 태산이고, 그러지 않아야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를 마무리하며 "오늘 최고위원회의는 '조삼모사' '말 따로 행동 따로' 등 이런저런 예시가 많았던 것 같다"고 정리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국정을 하는 데 있어서 국정 과제를 던졌다가 반응 봐가면서 슬그머니 철회하고, 다른 것도 한 번 던졌다가 또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슬쩍 없애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엄중하게, 진지하게 국정에 임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조삼모사보다 더 나쁜 것이 빈 음식 접시 내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조삼모사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준다니 그것밖에 안 주냐고 화를 내서,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면 되냐고 하니까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것 아니냐"라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내용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도 문제지만, 빈말하는 것은 더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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