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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노믹스'가 보이지 않는다 [尹정부 민생현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11.01 06:59
수정 2023.11.01 07:01

MB '녹색성장', 朴 '창조경제', 文 '소주성'과

같은 경제정책·성장전략 '브랜드' 안 보여

"간판 없이 식당 영업하는 셈…중도층으로

지지세 확장 위해선 와닿는 브랜드 있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는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에는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에는 '소득주도성장'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하면 떠오르는 성장전략이나 경제정책의 총칭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시장 중심의 경제 체질 개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경제정책의 중심축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노동·연금·교육의 이른바 '3대 개혁'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시장 중심으로의 경제 체질 개선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을 펼쳐왔다"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왔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저출산이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면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을 위해 의원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시장 중심의 경제 체질 개선'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두 축으로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엇일까. '자유방임경제'일까. '긴축경제'일까.


질문과 예시를 들은 여권 관계자는 펄쩍 뛰더니 "자유방임이나 긴축 일변도는 절대 아니다"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보모국가도, 야경국가도 아닌 길"이라고 말했다. 선거로 선출됐고 선거로 평가받는 민주정체 하에서의 정부가 '방임(放任)'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긴축(緊縮)도 인기가 없다.


하지만 '보모국가도, 야경국가도 아닌 길'이라는 표현은 설명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보모국가도, 야경국가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 한마디로 떠오르는 경제정책의 '브랜드'가 없다보니 국민들에게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론(總論)인 '경제정책 브랜드'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해 국민에게 와닿지 않는 게 문제라면, 반대로 각론(各論)으로 제시된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의 '3대 개혁'은 너무 오랫동안 국민에게 노출됐던 게 문제라고 볼 수 있다.


'3대 개혁' 중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은 공공개혁·금융개혁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에도 포함됐던 개념이다. 연금개혁은 '4대 개혁'의 하나는 아니었지만 역대 정부의 핵심 과제이자 골칫거리로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무엇보다도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는 없었고 모두 지난 정부에서도 줄곧 논의돼왔던 과제라, 윤석열 정부만의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전직 중진의원은 "경제정책 브랜드가 흡사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국민들에게 와닿지 않는 것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실 경제정책 공약이 와닿지 않았던 것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미 감지됐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제정책 브랜드는 일종의 총론이다.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성장전략에 대한 철학이 담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경제정책과 성장전략에 관한 철학을 설파할 수 있었던 기회는 한 경제 유튜브 채널 출연 때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제를 '강물'에 빗대 "경제는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므로 정부가 억지로 방향을 돌리려 해서는 안된다"며 "시장이 원활하고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철학을 담은 '브랜드'는 대선이 0.7%p차 신승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캠프에 이명박 후보 때의 '747 공약'과 같은 네이밍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고 말했다.


'747 공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정책·성장전략 공약이다.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권 경제대국의 앞자리만 따서 모은 것이다. '747 공약'은 간명하고 확 와닿는데다가 이미지조차 힘차게 이륙하는 항공기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그 실현가능성과 관계없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관계자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747 공약'이 유치해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경제정책이나 성장전략의 브랜드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네이밍이 유치하다고 해서 아예 없이 가는 것은 간판 없이 식당 영업 하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간판 없이 식당 영업을 하더라도 단골과 매니아는 계속해서 찾아오겠지만, 지나가는 손님들이 들를 기회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이미 결집돼있는 지지층 외에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쉽게 와닿고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정책 브랜드'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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