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둔의 군주' 빈 살만 만나 만든 '107조'…남은 건 '민생'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3.10.26 13:18
수정 2023.10.26 14:15

'대(對)중동 외교 발 넓혔다' 국제 현안에도 목소리

빈 살만, 지난해 日 일정 취소하고 韓 머물기도

107조 경제 성과 발판 삼아 '민생' 숙제 총력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07조 오일머니'를 잡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정부의 대(對)중동 외교에 발을 넓혔다. 해외 언론의 취재와 대중문화 행사를 거의 허용하지 않아 '은둔의 왕국'으로 불렸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제 현안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등 공고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경제 성과'를 이뤄낸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숙제는 오직 '민생'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순방에서 202억달러(약 27조원)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고 26일 귀국했다. 이를 포함하면 지난 1년간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로 대표되는 중동 빅(BIG)3에서 거둔 성과만 792억달러(약 107조원)이다. 특히 HD 현대중공업이 카타르 에너지와 39억 달러(5조2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조선업계 사상 단일 계약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오일머니'로 대표되는 사우디·카타르와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배경에는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 시대'를 맞아 경쟁적으로 경제발전 비전을 발표하고 경제 구조와 발전 방향을 바꾸는 시기에 첨단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2시간여를 함께 보낸 뒤,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귀국한 빈 살만의 '특급 환대'를 두고 사우디가 상정한 핵심 협력 파트너가 한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접국 사이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중동 지역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의 변화 속 우리 기업들에 거대한 운동장이 '빅3 국가'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탈(脫)탄소 기반의 '중동 2.0'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기록적인 '중동 외교 성과'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민생'에 대한 당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귀국 후 관련 보고를 받으며 민생 행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외교적 성과'가 곧 대한민국 경제의 번영으로 국민에게 체감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개딸' '태극기 부대' 등 대중 심리가 우선이 되는 '정치 변형'이 전 정부를 기점으로 이뤄지면서 외교적 성과와 국내 정치적 효과를 별도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는 의견에서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중도층이 대다수였던 영국은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슨 존슨 총리의 강력한 브렉시트 드라이브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경제개혁 공약 모두 뚜렷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해외여행과 해외 취업, 유학 등의 문제로 반(反) 브렉시트 기류가 강했던 젊은 층 사이에서 민생을 겨냥한 노동당의 '통 큰' 공약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최악 대(對) 차악'의 대결을 놓고 부유하는 중도층의 '민생 표심'이 남은 임기 국정개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핵심은 '경제'와 '민생'은 다르고, 외치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것"이라며 "외치 성과를 크게 거뒀다고 해서 방심하거나 우쭐하면 안 된다. 민생은 민생대로 올인하고, 정치권의 '양극화'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중도층의 표심 향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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