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만 살아난다면…LG전자, 높아지는 최대 실적 기대감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3.10.17 12:00
수정 2023.10.17 12:01

LG전자 생활가전·VS 호조 힘입어 연간 최고치 실적 정조준

LG이노텍, 아이폰15 흥행으로 마무리 투수 효과 '톡톡' 기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LG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DB

LG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 청신호가 켜졌다. 분기당 평균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021년(4조580억원)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적 고공행진 전망에는 자체 사업인 생활가전(H&A)·전장(VS) 효과와 더불어 계열사 LG이노텍의 V자 회복 기대감이 깔려 있다. 전통적으로 '상저하고' 흐름을 보여왔던 LG전자가 하반기 아우 뒷심에 힘입어 연간 매출·영업이익 모두 최대치를 경신할 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연결 기준)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는 각각 84조1372억원, 4조534억원이다. 현재까지 최고 실적은 2022년 매출(83조4673억원), 2021년 영업이익(4조580억원)으로 이 수치를 넘어설지 관심이다.


LG전자는 물류비·재료비 등 고정비가 지난해 보다 개선된 상황에서 여름철 가전 수요가 늘어나며 올 상반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는 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생활가전과 전장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깜짝 영업이익(9967억원)을 거뒀다.


생활가전의 경우 볼륨존 공략 및 시스템 에어컨 등 냉난방공조를 앞세운 B2B 비중 확대가 호실적에 기여했다. 앞서 LG전자는 친환경·고효율 수요에 대응해 히트펌프,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냉난방공조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전과 구독서비스를 결합한 업가전 2.0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장(VS)사업에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관련 부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수주잔고는 100조원대가 점쳐진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구동부품, 램프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수주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측은 전장 사업이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상고하저' 패턴을 보여왔던 LG전자 실적을 고려하면 1조원에 육박한 3분기 영업이익은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올 3분기 누계 잠정 영업이익(3조2360억원) 비중이 연간 컨센서스의 80% 수준임을 감안하면 남은 4분기 생활가전, 전장에서 어느 정도 받쳐주기만 한다면 연간 최고치를 노려볼 만하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글로벌 쇼핑 행사 시즌이 몰려 있는 4분기는 통상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은 늘어도 이익 확보가 어렵다. 이 기간은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일~7일), 중국 광군제(11월11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24일)를 거쳐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쇼핑 시즌이 걸쳐 있다.


대규모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는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확대에 따른 가계 실질 소득 감소 영향 등으로 드라마틱한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HE(TV)사업은 TV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쇼핑 특수에 따른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첫날인 13일 서울 애플스토어 명동점에서 사전예약 구매자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최대 실적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지만 업계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계열사인 LG이노텍에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LG이노텍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 연결재무제표에 LG이노텍 실적을 반영해오고 있다.


2021년 LG전자가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LG이노텍의 기여도는 상당했다. 이 기간 VS 사업이 936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LG이노텍이 1조25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덕분에 최고치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올해에도 LG이노텍에서 상당한 이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암울한 실적이나 막판 반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실제 LG이노텍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63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75% 급감했다. IT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쌓인데다, 2분기 비수기까지 겹치며 실적이 '뚝' 떨어졌다. LG전자 연결 실적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특히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 때문에 상반기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 LG이노텍의 매출 비중은 광학솔루션 81.5%, 기판소재 8.6%, 전장부품 2.5%로 광학솔루션 사업이 사실상 전체 실적을 좌우한다.


LG전자 영업이익 추이ⓒ데일리안

3분기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로 반전을 기대했지만 초도물량 생산 차질 이슈가 겹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 증권가 평균 컨센서스는 2026억원이나 교보증권, IBK투자증권은 1500억원대를 전망한다.


교보증권은 "3분기는 통상적인 성수기이나 고객사 신모델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패널 및 이미지 센서 등 공급체인 이슈로 인한 초도 생산차질로 예정됐던 물동량이 이연돼 예상 대비 저조한 출하량과 고정비 부담에 따른 이익률 하락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4분기부터는 아이폰15 효과로 뒷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특히 아이폰15 프로맥스 모델에 LG이노텍의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이 탑재된 만큼 수익성 개선이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부진했던 아이폰14 이연 수요가 아이폰15으로 넘어가고, 스마트폰 교체 수요(2년) 역시 몰리면 아이폰15 신제품 효과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이폰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아이폰 신제품 인기가 전작 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LG전자의 생활가전·TV 등 본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는 전제 하에, LG이노텍이 얼마나 기사회생하느냐에 따라 LG전자의 역대 최고치 실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4분기 LG전자는 비수기에 진입하나 효율적 비용 관리로 수익성은 양호할 것"이라며 "LG이노텍의 실적 호조로 연결 실적은 전년 대비 높은 성장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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