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국회' 피로감에 '세대교체' 부상…젊은 피 수혈 가능할까 [총선 쟁점은 ⑦]
입력 2023.10.02 08:00
수정 2023.10.02 08:00
현역 국회의원 3040세대 '10명 중 1명'
다수 여론조사서 "새 인물 교체" 과반
청년 정치인들 "구태(舊態) 공천" 지적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슈지만, 21대 국회가 유난히 건전한 입법 경쟁보다 극한 정쟁으로 국민 피로도만 높인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종료를 목전에 두고 '고인물 국회'라는 조롱도 상존한다. '젊은 피' 수혈을 통해 국회의 역동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의원 10명 중 9명 '50~70대'
3040 젊은세대 의원 불과 1명꼴
여론조사서 '세대교체' 응답 높아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21대 현역 국회의원 298명 중 50대 이상 연령층 포진율만 88.93%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30대 8명(2.68%) △40대 25명(8.39%) △50대 123명(41.28%) △60대 130명(43.62%) △70대 12명(4.03%) 순이다. 3040 젊은세대 국회의원(11.04%)보다 여덟 배 이상 높다.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젊은 정치인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 일을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연령대가 높아 일을 잘한다는 근거도 없다. 일부 연령대의 캐캐묵은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당월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교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교체되는 게 낫다'는 응답이 53.8%로 과반을 넘겼다. 이어 '한 번 더 하는 게 낫다'(유임)는 27.2%, 잘 모름·무응답 11.1%, 기타 7.9% 순이었다.
정당별 '현역 국회의원 교체' 여론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교체(56.8%)가 유지(27.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교체(51.2%)가 유지(32.8%)보다 상당히 우세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지난 4월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거주지역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57.9%가 '새 인물로 교체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반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28.4%에 불과해 '세대교체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조사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성별·연령대별 모두 '교체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높은 데 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교체 희망'(54.4%) 응답 비율이 '한번 더 유임 희망'(24.9%)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여성 또한 '교체 희망(48.8%)이 '한번 더 유임 희망'(24.6%)보다 우세했다.
이어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는 '교체 희망'(53.9%) '유임 희망'(19.9%) △30대는 '교체 희망'(54.5%) '유임 희망'(19.5%) △40대는 '교체 희망'(54.0%) '유임 희망'(24.5%) △50대는 '교체 희망'(57.2%) '유임 희망'(25.3%) △60대 이상은 '교체 희망'(44.0%) '유임 희망'(29.6%) 순이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교체 희망이 유임보다 두 배 이상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짐에 따라, 정치권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의 변화를 열망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국민의 요구를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 한 중진 의원은 "여야가 '민생 잘하기 경쟁'을 한 목소리로 외친 게 엊그젠데 정쟁·비난·조롱으로 얼룩졌고, 3선 이상 중진들조차 역할을 못한 부분에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정치권에 사람은 달라져도 싸움은 같다는 말이 있다. 싸움도 '잘' 해야 하는데, 패기 일색 청년 정치인들로 교체 된다고 어떤 가시적 성과가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4류정치 청산' 연속인터뷰서
청년 정치인들 "구태(舊態) 공천" 지적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의견은 어떨까.
데일리안이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에 방점을 찍고 출발한 '4류 정치 청산' 연속 인터뷰를 통해 만난 청년 정치인들은 불투명한 '구태 공천 과정'을 문제로 지적했다.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93년생)은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줄서기 정치를 해야하는 것은 타파돼야 한다"며 "(청년 정치인 역시) 의제를 가지고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80년생)은 "청년이나 정치 신인이라고 무조건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도 공천 과정과 관련 "(여의도 중앙정치에 입성하기 위해)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의 하부조직처럼 움직이는, 특히 그 중에서도 소위 '말 잘 듣는 사람'이 공천을 받는 구조"라고 일침을 놨다.
그간 정치권에 관례처럼 여겨진 공천 과정을 구태(舊態·뒤떨어진 예전 그대로의 모습)로 본 셈이다.
또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83년생)은 "정치권이 지금처럼 '줄 대기 정치'만 해서는 다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세대교체를 말하면서 세계관도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 2020년 3월 21대 총선이 임박한 시기 당시 김형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은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청년 16명을 추려 수도권 험지 8곳에 집중 배치하는 이른바 '퓨처메이커(Future Maker·청년 벨트)'를 기획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연고도 없는 사지로 청년을 내몰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와 관련, 이민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85년생)은 "21대 공천을 되돌아보면 우리 당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퓨처메이커(FM)'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연고도 없는 지역에 총선에 임박해서 공천했다"며 "당시 공천 받은 청년들은 전멸했고, 지역 연고가 없으니 지속적인 활동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