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바로미터 vs 지역선거"…與, 강서 보궐 의미 엇갈린 시선 [정국 기상대]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9.26 01:00 수정 2023.09.26 05:09

與, 지역·민생 선거 전략으로 접근

김태우 전면에 서고 당은 후방 지원

"기초단체장 선거일 뿐"…판 키우기 견제

홍준표 "지는 쪽은 메가톤급 충격" 반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을 방문해 꽃게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10월 11일 치러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두고 여권 내에서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총선 전초전으로써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국 220여 개의 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상존한다. 이는 선거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올 논공행상 혹은 책임소재와 연계되는 문제여서 갑론을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먼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주류 측은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주요 인물들의 선거 관련 발언을 보면 "지역 숙원 과제 해결" "예산과 정책 지원" "힘 있는 여당 후보" 등의 슬로건이 등장했지만 "윤석열 정부 수호" 등의 구호는 나오지 않았다. "정권심판 선거" "정권교체는 강서구에서" 등 중앙 선거로 만들고자 하는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차이는 확연하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김태우 후보가 사면·복권된 뒤 출마하고, 총선 전 유일한 보궐선거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을 뿐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총선 전초전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프레임이며, 서울의 한 개 구청장 선거로 수도권 전체 민심을 재단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선거 전략도 '지역 선거' 공식을 따르고 있다. 김태우 후보가 재개발·복지·교육 등 지역 민생 사안을 던지며 전면에서 치고 나가고, 당이 후방 지원을 하는 형식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소속의원 108명 전원을 행정동별로 각각 배치해 간담회 등 활동을 독려했는데, 대대적인 세 과시보다는 지역 조직과 전통적 지지층을 다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 강세지역인 강서구에서 당대당 싸움은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와 후보가 투트랙으로 지역을 살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5일 김 대표는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며 민생을 살폈는데, 김 후보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일정을 소화했다. 김 대표는 "후보는 후보대로, 대표는 대표대로 각자 효율적으로 분산해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선거'로 보는 지도부와 달리 당내 일각에서는 보궐선거의 의미를 "총선 전초전" "민심의 바로미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 주로 비주류 진영 인사들이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 수도권 민심을 미리 확인해 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지는 진영은 메가톤급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대표도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서울이 950만 명이라고 하는데, (강서구민) 60만 명이면 엄청난 샘플 여론조사"라며 "보궐이어서 노년층 투표율이 높은 상황이고 거기에 더해 김태우 후보의 인지도가 월등한 상황 속에서도 (진다고) 했을 때는 정권심판론이 세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린 진단의 이면에는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과 관계가 깊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해석이다. 패배할 경우 주류 진영은 '면피'를, 비주류 진영은 지도체제 '흔들기'를 위한 각각의 포석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냐, 김태우 개인에 대한 평가냐, 아니면 김기현 지도체제 대한 평가냐를 봐야 될 것"이라며 "선거 내내 각자 폭탄 돌리기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지도부는 '정치공학적' 계산을 일축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기현 대표는 "(홍 시장의 발언에) 일일이 답변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강서구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특성상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아직 선거는 시작도 안 했는데 김칫국물 마시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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