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5일차…'3출(出) 단식' 포화 속 친명계는 동조
입력 2023.09.04 15:17
수정 2023.09.04 15:34
與 "출장·출퇴근·출두회피용 단식"
정치권 안팎 "요구 명분 구체성 없다"
더민주혁신회의·양이원영 단식 동조엔
"공천권 보장 위한 눈도장" 진단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이 5일차를 맞은 가운데 '3출(出) 단식'이란 비판이 나오는 등 십자포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의 명분으로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국민 항쟁'을 내세웠으나 이 같은 명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결국 단식을 통해 사법리스크를 희석, 당내 '구심점' 역할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점에서 단식의 목적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이 대표의 단식을 겨냥해 "도심 집회까지 이동하는 '출장 단식', 밤엔 대표실에서 취침하는 '출퇴근 단식', 검찰 조사를 앞두고 '출두 회피용 단식'"이라면서 이를 "신출(新出)한 3출 단식"이라고 맹비난을 이어갔다. 또 박 의장은 "명분 없고, 뜬금없고, 원칙 없는 3무(無) 단식이다. '국민 항쟁'을 주장하지만 '국민에 항쟁'하는 퇴행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겨냥해 관종(관심종자) DNA, 유튜버들의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등의 평가도 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수장의 모습보다 관종의 DNA만 엿보일 뿐"이라면서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조사 소식에 '뜬금포' 단식을 천명하더니, 국회를 극단 성향 유튜버들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단식을 한다고 하는데 실제 단식인지, 단식 쇼인지도 의문"이라며 "이 대표는 서로 비난하는 유튜버들을 자제시키긴커녕 흐뭇한 미소로 지켜본다. 밤낮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즐기는 모습"이라고도 비난했다.
실제로 이 대표 단식 현장에는 양 극단 성향의 유튜버가 몰려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성향 유튜버들은 이 대표가 진짜 단식을 하는지, 언제 집에 가는지를 촬영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와 고성을 질러대고 있다. 반대로 또다른 특정 성향 유튜버들도 '이재명 대통령'을 응원한다며 진을 치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대표 본인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의 단식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뤄진다는 점도 단식의 불신을 야기하는 지점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 도중에 당무를 보고 장외 집회에도 참석하고 있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무능한 윤석열 정부에 맞서 국민들의 삶을 되찾아오겠다'라는 명분이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정부에 촉구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중단 △윤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국정쇄신 등의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요구의 구체성은 떨어지는 대신, 안으로는 체포동의안 부결과 이 대표를 둘러싼 사퇴론을 불식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라는 진단은 나왔다.
단식이 파생한 효과로는 민주당 친명 세력의 결집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곧 이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양이원영 의원은 "오늘 하루 이 대표의 동지로서 동조단식에 함께 하겠다"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단식에는 문정복·김병주 의원도 함께 한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이날부터 비상행동에 돌입하고 이 대표 지지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이들은 "일본 핵폐수 방류를 막기 위한 실천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다짐함과 동시에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국민 항쟁에 앞장 서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의 단식투쟁 천막을 격려 방문해 "무도한 세력에 대해서 우리가 힘을 합쳐서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우리 세력의 구심점으로서 견뎌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타이밍'을 가리켜 "검찰이 구속을 시도하고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시기를 놓고, 민주당과 검찰 사이 신경전이 존재하는 와중에 갑자기 단식에 들어간 것이라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오염수가 제일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에도 기회는 많았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 비명계에서 나오는 '10월 퇴진설' 등에 있어 최대한 지연 전술을 써야 한다. 당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전당대회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체포동의안과 관련한 동정론이 이는 상황에서 친명 인사들도 단식에 동조하는 데 대해서는 "공천권을 보장받기 위한 눈도장"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정세균 민주당 대표(미디어법 저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드루킹 특검 요구),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및 공수처법 철회)로 인한 단식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단식 사례의 경우) 뭐가 어떻게, 민주주의가 어떻게 훼손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라며 "구체성이 떨어진다. 목적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오염수 얘기는 방류 전에 했어야 하고, 국정쇄신과 개각 요구는 대통령 고유의 사안"이라고도 덧붙였다.
대신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다"라며 "검찰은 단식하는 사람을 부르기 뭣하다는 딜레마에 빠지고, 계파 갈등도 수면 아래로 들어갈 것이다. 예를 들면 체포동의안이 넘어온다 하더라도 가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