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여야 이념전쟁 붙붙었다 [정국 기상대]
입력 2023.08.30 06:00
수정 2023.08.29 22:10
국방부 "공산주의 이력 육사 정체성 맞지 않다"
"육사 아닌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 적절"
국민의힘 흉상 '이전' vs 민주당 '철거' 규정
여야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의 거취를 놓고 돌연 이념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철거'라고 규정하고, 군 당국과 정부·여당의 '반민족적 폭거'이자 매카시즘(반공산주의 운동)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이전'으로 보고 오로지 정쟁으로 일관하는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반발했다.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공원 건립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국방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군은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당초 육사는 독립운동가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5명의 흉상을 이전하기로 했지만 군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근현대사 논쟁에 뛰어든다는 비판과 함께 후폭풍이 거세져,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이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전날 배포한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입장문에서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왔다"라며 "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육사 교내보다는 독립운동의 업적이 가장 잘 선양될 수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에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군이 1921년 소련 자유시로 이동한 이후 보인 행적과 관련해서는 독립운동 업적과는 다른 평가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3성 장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굳이 육사에 설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늘날 논란을 부른 근원"이라며 "홍범도 장군과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문 전 대통령의 우리 군 대적관인 '주적은 북한'을 허물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이라고 국방부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또 "육군사관학교는 역사관이거나 박물관이 아니며, 독립기념관이 아니다"며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호국 간성'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홍범도 장군 흉상은 '철거가 아닌 이전'을 하는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로 알고 있다"라며 "이것을 가지고 저열한 역사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실체를 정확히 국민들에게 말하지 않고 오로지 정쟁으로 일관하는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했다.
이재명 "광복전쟁 영웅인데…국민 편 가르기"
우원식 "1927년, 냉전시대가 아니었어"
반면 민주당은 흉상 '철거'가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 하는 일"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전현충원을 찾아야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한 뒤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이념전쟁을 선동하기 위해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홍범도 장군은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끌어낸 전쟁영웅"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했고, 박근혜 정부는 해군에 홍범도함을 명명해 홍범도 장군을 기리고자 했다. 해방을 보지 못하고 2년 전에 이국 땅에서 쓸쓸히 스러져간 홍범도 장군을 문재인 정부에서 2년 전에 겨우 유해를 모셔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홍범도 등 광복전쟁영웅 흉상 철거는 국민편가르기 이념전쟁용 부관참시, 매국행위"라고 적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에게 이념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메카시즘적 폭거"라고 적었다. 우 의원은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하고 흉상 철거에 엄중 항의했다"라며 "그 흉상들은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광복군임을 분명히 한 것인데, 이를 철거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반(反)헌법적인 행위이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은 집단농장 지도자 시절 연금 수령 등 생활상의 이유인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며 "냉전 시대가 아니었던 1927년에는 좌우 대립도 없었고,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이를 도와주는 누구와도 손잡고 활동을 할 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무회의에서도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련해 생각을 밝힌 바 없다"라고 일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특정한 입장을 밝힌다면 그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 논의가 자연스럽게 가거나 아니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향에서 흔들릴 수 있어서 일부러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두고도 여야 대립
"김일성 나팔수에 세금 쓰지 말라" vs
"노태우 정부 한중수교 상징 삼아"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여당은 정율성 역사공원을 반(反)헌법·반국가적 사업으로 보고 정부 차원의 건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중국 혁명음악과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 중이다. 정율성은 항일단체 의열단 출신의 중국의 3대 음악가로 대표곡은 중국인민해방군가, 조선인민군행진곡 등이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직을 걸면서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세금을 쓰지 말고 민간 모금으로 하라고 하자 '철지난 이념 공세다. 매카시즘의 부활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되치기 수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느냐"라며 "매카시즘이란 무고한 사람을 낙인찍는 것이다. 인민군을 인민군이라고 말하는 게 이념공세인가. 김일성 나팔수에게 세금을 쓰지 말라는 게 이념공세인가"라고 물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는 단순한 기념공원 사업을 넘어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이기에, 중국이 말하는'항미원조전쟁군'으로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해 참전한 인물을 기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反)국가적 행태가 될 수 있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더군다나 국민의 혈세 48억원을 들여 조성한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 차원에서는 한중 관계 등을 고려해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당 차원의 대응은 하지 않고, 전후관계를 명백히 알고 있다"며 "노태우 정부 때부터 음악회가 진행돼왔고 중국과 여러가지 행사를 해온 아주 오래된 행사이다. 갑자기 문제 제기가 되고 있고 이것도 역시 공산주의 전력과 맞물려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부분은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또 실행을 해왔던 지자체, 그리고 해당 지역의 의원들이 대응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갑석(광주서갑)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정율성이 공산당으로 활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노태우 정부는 현재의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로 지정된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중국 3대 작곡가로서 정율성의 중국 내 위상과 함께 항일 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에 이바지한 것을 고려해 정율성을 한중수교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송 최고위원은 "급기야 이 정부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항일 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을 들어내겠다고 한다. 독립투혼이 깃든 국군의 역사와 정통성을 아예 뿌리째 뽑아내겠다는 것"이라며 "혐오와 차별, 낡아빠진 이념 공세와 갈라치기는 광주는 물론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