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 단절 속, 잘 팔리는 K-리메이크 [한국영화, 한한령 그 후②]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06.25 11:07
수정 2023.06.25 11:07

"리메이크, 불법적인 소비와 비교할 수 없는 반가운 현상"

한한령(限韩令)으로 중국은 한국에게 빗장을 걸어 잠궜지만, 한국영화를 상영관에 내거는 대신, 리메이크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6년 한한령 시행 이후 방송 콘텐츠의 중국 수출 비중이 30%에서 5%로 급락하고, 수출액 또한 11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2019~2022년 중국 리메이크 드라마의 해외 원작 중 한국 드라마가 55%로 1위였다.


2021년 기준 한국영화의 중국 수출액은 839만 달러(한화 약 112억 4000만 원)로 국가별 수출액 1위였다. 2019년(117만 달러), 2020년(244만 달러)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였다. 이는 전체 수출액의 21.1%를 차지하는 수치이며 2014년 820만 6702달러를 뛰어넘은 금액이다. 이는 한국영화의 수출이라기보다는 리메이크를 위해 판권을 넘긴 결과다)


리메이크로 현지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은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여름날 우리'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7억 8925만 위안(약 1500억)의 수입을 거둬 최근 10년간 중국에서 개봉한 리메이크작 중 최고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외에도 '남자가 사랑할 때', '써니', '바르게 살자', '플랜맨' 등이 리메이크 됐다.


또한 김태용 감독이 연출하고 탕웨이, 박보검, 수지, 정유미 등이 출연한 '원더랜드', '해치지 않아', '싱크홀', '오직 그대만' 등 리메이크 판권 계약도 성사됐다. OTT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드라마 '풀하우스'도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한국 작품들의 정식 상영은 막아둔 채 인기 있는 콘텐츠를 가져와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영화와 드라마 뿐만 아니라 한국의 웹툰도 중국에서 영화화돼 큰 인기를 거둔 사례도 있었다.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를 영화화한 '독행월구'는 20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2022년 중국 박스오피스 2위 기록했다.


앞서 수치상으로 확인했듯이 드라마 역시 한한령 이후 리메이크 되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청춘시대', '자이언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그널', '어쩌다 18', '미생',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등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리메이크 됐다. 최근에는 tvN '나의 아저씨'가 '사사니 청견아'(谢谢你 听见我)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된다고 알려져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됐다.


원작을 수입해 상영 혹은 방영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자 중국에선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판권을 수입해 리메이크 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완성된 콘텐츠를 그대로 방영하는 것보다 중국의 정서에 맞춰 현지화하는 것이 중국에도 유리하고, 활로 모색을 위해 지식 재산권(IP)을 수출하려는 국내 업체의 전략도 맞아 떨어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의 입장에서 작품이 중국에서 불법 다운로드로 소비되는 상황이 많다. 이에 이미 한국 작품들이 전 세계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흥미도 높다. 리메이크를 통해 한국의 원작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건, 불법적인 소비와 비교할 수 없는 반가운 현상이다. 정식적인 루트로 상영하지 않아도 리메이크 계약을 통해 중국의 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높은 수익도 낼 수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 없는 현상이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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