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문제수준 낮추는데 교육현장 왜 혼란?…9월 모평 보면 분명해질 것" [킬러문항 삭제가 어때서? ②]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입력 2023.06.21 00:06 수정 2023.06.21 00:06

"문제가 더 어려워져야 혼란스러운 것이지…평이한 난이도의 문제들로 수준 낮추겠다는데 왜 혼란?"

"지금은 관망세일 뿐, 혼란 없어…확실한 교육부 지침이나 바뀐 분위기 느끼려면 9월 모평 치러봐야"

"사교육 절감 위해 방과 후 교육 활성화돼야 하는데…생활기록부 기록 불가능해 학생 참여 저조할 것"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없으니 교사들 참여 독려도 쉽지 않아…실질적인 대책들 선행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가 '킬러 문항'(초고난이도 문제) 삭제를 핵심으로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방침을 거듭 밝히자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올해 수능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일선 교육현장은 일단 지켜보자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 수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평이하게 낮추겠다는 데 큰 혼란이 있을 수 없고, 교육부에서도 아직 인사조치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만큼 오는 9월 모의평가를 보고 나면, 올해 수능의 방향과 난이도 등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오는 11월 16일, 9월 모의평가는 오는 9월 6일 치러진다. 수능은 20일 기준 149일, 약 5개월 남짓 남았고 모의평가는 78일,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능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지침이 대혼란을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일선 교육현장은 별 동요가 없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의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대통령과 교육부의 킬러문항 삭제 발표 등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수능 현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일축하고, "솔직히 문제가 더 어려워져야 혼란스러운 것이지 평이한 난이도의 문제들로 수준을 낮추겠다는 데 큰 혼란이 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제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만 측정하는 기본자격시험이 돼야 하고, 현재의 공교육 과정 내에서도 충분히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 B 씨는 "교육부나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것이라 해봤자 지금 수준에서는 '공정한 수능' 같은 두루뭉술한 것 밖에 없고, 구체적인 지침이라 해도 킬러 문항 배제 와 인사 조치 외에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다지만 지침을 발표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뭔가 크게 바뀐 느낌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확실한 교육부 지침이나 바뀐 분위기를 느끼려면 적어도 9월 모의평가는 치러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러면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문제 난이도가 얼마나 달라졌고, 킬러 문항 유무는 어떤지 비교가 가능해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고등학교 교사 C 씨는 "사교육 절감을 위해선 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을 활성화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잇따르는 문제가 많다"며 "방과 후 교육활동은 생활기록부 기록이 불가능해 학생들에게 이점이 없는 만큼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과 후 운영에 참여하는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으니 교사들의 참여 독려도 쉽지 않고 당연히 교사들의 참여율도 저조할 것"이라며 "단순히 사교육을 막기 위한 방과 후 교육 운영은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의 교육활동과 수준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인 만큼 이런 부분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들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학교 교사 D 씨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사교육을 줄어들 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수능 5개월 전, 심지어 6월 모의평가까지 치른 시점에서 갑자기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2023학년도 3월 23일,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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