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햄버거 브랜드, 자존심 걸고 해외시장 공략 ‘잰걸음’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6.16 07:36
수정 2023.06.16 10:29

롯데리아, 동남아 성공 전략 발판 삼아 미국 진출 검토

맘스터치, 미국 시장 키우기 속도…태국·몽골 등 시장에서 두각

베트남 롯데리아 쩐흥따오점ⓒ롯데GRS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토종 햄버거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최근 한류 문화 확산에 힘입어 이른바 ‘K푸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 확대에 무게를 싣는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리아는 최근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롯데리아의 미국 진출 지역을 결정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미국 버거들이 잇따라 국내 상륙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리아는 역으로 미국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이미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롯데리아는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최초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1994년 중국을 시작으로 1998년 베트남, 2013년 미얀마, 2014년 캄보디아, 2015년 카자흐스탄, 2016년 라오스, 2018년 몽골 등 7개국에 매장을 열었다.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낸 국가는 베트남이다. 해외 진출국 중 가장 많은 24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버거 브랜드 맥도날드, 버거킹보다 현지 매장 수가 많다. 롯데GRS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리아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진출 24년 만에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롯데리아는 성장세가 두드러진 베트남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인접국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차우철 대표는 최근 신사업팀 관계자들과 함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현지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현황을 살펴보고 현지 진출 가능성을 검토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소비문화에 따른 메뉴 개선, 트렌드에 따른 마케팅 투자 등 베트남 사업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타 동남아 및 다양한 해외국가 진출을 통해 K-버거의 한국적인 맛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방콕의 오피스 밀집 지역인 비바바디 랑싯 로드(Vibhavadi-Rangsit Road)에 위치한 맘스터치 태국 2호점 오프닝 세리머니에 참석한 현지 유명 인플루언서들ⓒ맘스터치

맘스터치 역시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맘스터치는 태국·몽골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규 마스터프랜차이즈(MF) 형태로 진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태국을 아세안 지역 진출의 허브로 삼은 맘스터치는 지난해 4월 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RS그룹의 오너가 이사회로 있는 맘스터치 태국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현재 태국에선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7개 매장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맘스터치는 향후 몽골 진출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영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몽골 마스터프랜차이즈 파트너사인 푸드빌 팜은 현지에 국내 브랜드를 안착시킨 경험을 토대로 연내 6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몽골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고성장 국가”라며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미만의 젊은 세대로 외국 문화의 수용력이 좋고 서구화된 식습관을 갖고 있어 최근 글로벌 외식, 식품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bhc그룹 ‘슈퍼두퍼 강남점’ 전경 ⓒbhc그룹

이처럼 국내 토종 햄버거 브랜드가 최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인 것과 무관치 않다. 현재 롯데리아 국내 매장 수는 약 1300개인데 기존 매장의 영업망, 신생 프랜차이즈와의 경쟁 등을 고려하면 신규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는 국내 시장을 빠르게 공략해 나가고 있다. bhc그룹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의 글로벌 1호 매장을 강남에 선보인 데 이어 지난 4월 말 홍대에 2호 매장을 오픈했다.


파이브가이즈가 이달 론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인앤아웃까지 서울 강남구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미국 3대 버거’가 모두 국내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3대 버거로는 인앤아웃, 파이브가이즈와 2016년 SPC그룹이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이 꼽힌다.


롯데GRS 관계자는 “사업 확대를 위해 신규 매장을 계속 선보여야 하지만, 가맹점 수익 제고와 함께 매장 출점 거리 제한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적극적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미 성공한 베트남 사례를 바탕으로 영토를 더욱 넓혀 롯데리아라는 브랜드를 보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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