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TV 왜 다시하냐" 120분간 송곳질문 쏟아진 삼성전자 주총(종합)
입력 2023.03.15 13:04
수정 2023.03.15 13:04
온라인·전자투표에도 600여명 주주 현장 찾아
한종희 사내이사 안건 97.54% 압도적 찬성
주주들 주주가치 제고·부문별 경영계획 송곳 질문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15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6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120분간 진행됐다.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주식가치가 떨어진 것에 대해 토로하는 한편, 이를 타개할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물었다. 미국 반도체법 시행에 따른 삼성의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주문했다. 10년 만에 재개하는 OLED TV 사업에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열린 삼성전자 제54기 주총은 총회장에서의 질문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을 별도로 취합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점을 고려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주총을 온라인으로 생중계(신청한 주주만 시청 가능)했고 전자투표는 2020년에 도입했다.
총회장에서 나온 질문은 한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온라인 질문은 사회자가 따로 정리해 발표자에게 전달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상정된 안건들은 별다른 마찰없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 경험(DX) 부분장(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97.54%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한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찬성하면서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 질문 쏟아져…"시설투자 확대, M&A 등 추진" 답변
이날 주총에서 가장 많았던 질문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었다. 주식가치 하락에 대해 성토하는 주주는 물론 향후 삼성전자의 방안에 대해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한 부회장은 사업부문별 사업 계획과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 등을 소개하며 폭발적인 주주들의 질의에 답했다.
그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투자 확대, 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지속 성장과 더불어 주주환원도 균형감 있게 추진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한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의 육성 및 발굴도 적극 병행해 지속성장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신사업 역량을 조기 확보해 중장기 성장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로봇, 전장 등 신규 분야는 기존 사업과도 시너지가 매우 큰 만큼 상호 유기적인 성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회사의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프리캐시플로우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로 환원할 것"이라며 "잔여 재원 환원은 집행 시점에 여러 여건을 검토해 추가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소각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반도체법 우려에 삼성전자 "영향과 대응전략 다각도로 분석중"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에 따른 삼성전자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법안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센티브(390억 달러)를 포함해 약 527억 달러(약 69조원)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담고 있다.
다만 보조금을 받으려면 주요 반도체 생산 제품과 생산량, 주요 고객과 더불어 생산 장비와 원료명을 기재해야 하며 또 미국이 원하면 반도체 생산·연구시설까지 공개해야 해 기업들의 고심이 크다.
이정배 DS 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2월 말 미국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 세부 시행령이 발표돼 현재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저하 요인으로 지목되는 반도체 전망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올 상반기에만 DS 부문에서 3조원 가량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여파에도 불구하고 신규 응용처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5G 등 신규 응용처의 수요 성장이 기대되며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에는 고성능 CPU 출시, 메타버스, AI, 자율주행 등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를 지속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여러 변수가 있어 쉽지 않지만 저희가 미래를 대비하고 언제든지 사업 우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한다는 OLED TV, 왜 다시하냐? 송곳질문에 '진땀'
디스플레이 사업 전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낮은 LCD 대신 QD(퀀텀닷)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상반기까지 라인 전환을 완료한 뒤 하반기부터 점유율 개선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사장은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LCD에서 QD OLED 라인 전환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하반기부터는 QD OLED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0년 만에 OLED TV를 새롭게 내놓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삼성의 OLED TV 사업은 2013년 삼성 슈퍼 올레드 55인치 TV 판매를 끝으로 사업을 중단한 뒤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이에 한 주주는 "2020년 OLED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부회장이 말씀하셨는데 삼성이 OLED를 다시 시작했다"며 전략을 바꾼 이유에 대해 캐물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OLED TV를 도입했다"며 "TV 라인업이 늘어나고 도입 지역도 확대됨으로써 전년 보다 많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정도로만 답했다.
삼성전자는 주총 질의응답 과정에서 비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마이크도 안내요원이 질문자에 직접 건네지 않았다. 안내요원이 별도의 파이프에 연결한 마이크를 질문자에게 근접시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수원컨벤션센터 3층(3040㎡)과 1층(7877㎡)을 모두 대관해 많은 주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주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진을 갖춘 건강확인소 2곳을 운영했다.
주주소통 강화 위한 친환경 행사 마련…포토존·파업스토어 눈길'
한편 올해 주총은 주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주주들의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장 곳곳에는 주주들이 '주총 인증샷'을 촬영하고 최신 제품의 매력을 즐기는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주총장 입구에 'Everyday Sustainability(지속가능한 일상)'라는 ESG 테마로 꾸며진 포토존을 설치해, 주주들이 입장 전부터 이번 주주총회를 기념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액세서리인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스토어도 선보였다.
주총장 한켠에는 친환경 소재로 하이페리온(높이 115.9m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을 본뜬 응원메시지 월이 등장했다. 주주들은 나뭇잎 모양의 카드에 회사에 바라는 점, 회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작성해 하이페리온 나무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