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억만장자세·부자증세' 본격화… 6조9000억 달러 예산안 발표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3.03.10 11:23
수정 2023.03.10 11:23

"부유 기업 공정한 몫 지불토록…하원의장 만날 준비 돼 있다"

향후 10년간 2조 9000억 달러 연방정부 적자 감소 목표

기업·억만장자 증세…상위 0.01%, 최소 25% 세금부과

국방 예산안, 지난해 대비 3.2% 증가…우크라 예산안 포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피니싱 트레이드 인스티튜드에서 연방 예산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6조9000억(약 9100조 원) 달러 규모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을 비롯한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업과 부자 증세,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은 향후 10년간 2조 9000억 달러(약 3800조 원)의 연방정부 적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방안이다. 억만장자로 불리는 소득 상위 0.01%의 자산가들에게는 최소 25%의 세금을 부과하고 연간 40만 달러를 버는 개인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은 37.0%에서 39.6%로 올렸다. 또 법인세율도 21%에서 28%로 늘린다.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한 310억 달러(약 40조9200억원) 상당의 보조금과 세금 혜택이나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190억 달러(약 25조800억원) 세금 감면도 폐지된다.


노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의료보험(메디케어) 재정 확충을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도 추진한다. 증세를 통해 현 수준의 메디케어 혜택을 2050년대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급여와 자본소득을 포함해 연 40만 달러(약 5억2744만원)가 넘는 소득에 대한 메디케어 세율은 3.8%에서 5.0%로 인상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확대됐다가 지난해 추가 공제 혜택이 종료됐던 자녀 세액공제도 기존대로 되돌리는 안도 추진된다.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자녀 1명당 최고 3천600달러(약 475만 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이번 국방예산안은 미 역대 최대 규모로 여기에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촉구한 450억 달러(약 57조7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등도 포함된다.


중국을 겨냥한 핵무기 현대화 예산 등 국방비에는 8860억 달러(1174조7474억원)가 요청됐는데 지난해 편성된 8420억 달러(약 1111조 원)보다 3.2% 증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핵 억제력 유지 예산은 377억 달러(49조7600여억 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피니싱 트레이드 인스티튜드에서 연방 예산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 공개 직후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이번 예산안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부유한 기업들에게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원의장은 매우 보수적이고, 당은 훨씬 더 보수적"이라며 "나는 언제라도 하원의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 그가 예산안을 준비했다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공화당이 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예산안 편성 및 심의, 처리 권한을 가진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원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AP통신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 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미 공화당이 국방부 교육비 약 250억 달러, 해외 원조 및 성병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삭감 등을 포함해 비국방 재량 프로그램에 대한 1500억 달러의 삭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정부 예산안이 비현실적이라면서 "대통령은 수조 달러의 새로운 세금을 내놨다. 미국은 세입이 아닌 지출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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